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기쁠 때는 숨으로 돌아온다./슬플 때는 숨으로 돌아온다./화가 날 때는 숨으로 돌아온다./칭찬 들을 때는 숨으로 돌아온다./욕을 들을 때는 숨으로 돌아온다.'

무경운·무제초·무비료…. 자연농법을 실천하는 '지구학교'를 운영하는 사람의 글이다. 사람의 속이 바위 같고 큰 바다 같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나의 속은 밴댕이 같고 거친 파도 같다. 기쁨과 슬픔과 근심걱정이 교차한다. 그럴 때마다 숨으로 돌아온다. 숨이 들어오고 나감을 가만히 지켜본다.

10여년 전 내 변호사 사무소에서 일하던 사람 때문에 나는 한 달 전쯤에 민사소장을 받았다. 그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사람이 소장이던 내가 책임을 지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억울하고 분했다. 이럴 때는 숨으로 돌아온다.

겉으로 보기에 이 사람은 나에게 해악만 끼친 사람이다. 2∼3년간 다른 민사소송이 걸려서 마음고생을 하다가 상당한 돈을 들여서 해결을 했는데 다시 이 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없었다면, 이 사람과 같은 사무소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과연 나에게 좋았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100% 확신할 수 없다.

'인생만사 새옹지마' '나비효과'를 생각해 본다. 이 나쁘게 보이는 일이 좋은 일로 변할 수 있고, 이 나쁘게 보이는 일로 인해 나비효과를 일으켜 '지금의 나' 즉 '지금 살아서 숨쉬며 숨으로 돌아온 나'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나쁘게 보이는 일로 인해 화를 내고 분하고 억울해 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마음으로 가는 건 인지상정. 그럴 때마다 숨으로 돌아온다.

나비효과. '북경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뉴욕에서 태풍이 분다.' 먼 곳의 작은 변화가 아주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론은 척 듣는 순간에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지구상의 수많은 물질분자와 정신적인 힘들이 모두 인연에 따라 결합해 지금 내 상황을 만들었을지니….

지구뿐만 아니라 전 우주의 모든 조건들이 결합해 지금 이런 결과를 이뤘다.  내가 지금 살아서 이런 글을 쓰고 있고 다시 한 번 '숨으로 돌아오기'를 할 수 있는 기적을 이루는데 '그의 악행'이 한 도움을 준 것이다.

동생이 다시 입원을 했다. 14살 때 발병해 지금까지 수없이 입·퇴원을 반복했다. 이로 인해 어머니도 일찍 세상을 버렸고 온 가족이 고생을 해왔다. 내게 유일한 남동생. 몸이 성한 동생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과연 그랬을까. 다시 한 번 '새옹지마'와 '나비효과'를 생각해보고 '숨으로 돌아온다.' 

3·4년 동안 칼럼위원으로 거제신문에 기고한 글들과 '새옹지마' '나비효과'의 사례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고자 했는데 마침 좋은 출판사와 출간계약을 하게 됐다. 오랫동안 꿈꾸던 작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으니 얼마나 기쁜가. 이럴 때도 '숨으로 돌아온다.'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죽음 이후에도 삶은 이어진다. 너무나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지금 삶에서의 재물과 명성과 권력은 한낱 물거품 같고 구름 같고 아침이슬 같다. 그러면 무엇이 중요한가. 나는 모른다. 이럴 때 다만 숨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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