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물에 쓸 소를 한 마리 끌고 오자, 소는 자기의 죽음을 직감했는지 끌려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를 지켜보던 왕이 "소가 불쌍하니 살려주라"고 명령한다. 신하들이 "소를 살려주면 제사에 쓸 희생이 없는데 어찌합니까?" 하고 물었더니, 왕이 하는 말이 "소가 없으면 양이라도 잡아 제수로 쓰면 되지" 소나 양이나 불쌍하기는 매한가진데 임금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풍자다.

2016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알후사이언 수도전력부 장관이 해임됐다. 알후사이언 장관은 국민들이 수도요금 급등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수도요금이 비싸면 우물을 파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생수가 석유보다 비싼 나라에서 장관이라는 사람이 국민에게 그런 말을 했으니 해임돼도 싸다. 우물 팠다가 물 대신 석유 나오면 어쩌려고.

올 1월에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50·60대는 할 일이 없다고 산에 가거나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동남아 가라"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가 하루만에 경질됐다. 이런 말을 하고 경질된 건 억울하진 않지만, 14세 때 프랑스 루이16세의 왕비 앙투아네트는 빵이 없어 굶주리는 파리 시민들의 불만을 전해 듣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했다는 말은 매우 억울한 면이 있다. 본래 이 말은 "(서민들이)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나눠줄테니)먹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오스트리아의 암탉'이라고 부르며 미워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와전된 것이다. 결혼생활에서 만족을 찾지 못한 왕비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통해 위로를 얻고자 했다. 그로 인해 당시 프랑스가 역병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베르사유 궁전에서 파티와 만찬을 즐기는 등 향락에 빠진 그녀의 사치스러운 생활은 당연히 대중들의 구설수에 올랐다. 어떻게 보면 앙투아네트 왕비가 오명을 얻을 구실을 충분히 줬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대혁명(1789~1794) 때 국고 낭비와 반혁명 음모죄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왕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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