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농산물가공협동조합 황수은 총무이사

"천직으로 여겼던 신문·영상 편집 일을 때려치우고 귀농하자니 처음에는 아내가 많이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농사일도 제법 안정을 찾고 농산물가공센터 일도 희망적이니 아내도 무척 만족합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서울에서 20년간 편집디자인을 하다 8년 전 귀농한 황수은(50)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일상에도 의욕과 활기가 넘친다. 귀농과 함께 시작한 표고버섯과 논농사에다 지난해부터 거제시농산물가공 협동조합 총무이사 역할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가 고향인 그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각박하고 무료한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8년전 귀농했다. 아내의 고향인 삼거동에서 장인어른이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하고 무작정 거제로 내려가자고 아내를 졸랐다. 아내가 자녀 교육문제 등을 내세우며 완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혼자서 간단하게 짐을 싸서 거제로 와 처갓집 신세를 져야 했다. 장인과 함께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농사일을 배우며 차츰 농사꾼이 되어가자 아내도 귀농을 결심했고, 거제면 외간마을에 터를 잡았다.

외간마을을 선택한 것도 아내의 입김이 컸다. 외간마을에는 외간초등학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수 감소로 비록 폐교 직전까지 몰렸던 학교지만,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는 특성화된 교육환경을 자랑하는 학교라는 믿음으로 외간에 정착했다. 서울말을 쓰는 전학생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이나 받지 않을까 우려도 했지만 기우였다.

생활에 안정을 찾았지만 농사가 대부분 그렇듯 농산물 판로가 애로였다. 표고버섯 등 각종 농산물을 생산해도 제대로 된 값을 받고 팔 수 있는 안정된 판로가 고민이었다. 그러던 차 거제시가 지난해 거제면에 농산물가공센터를 건립했고, 뜻있는 농사꾼 26명이 모여 거제시농산물가공협동조합을 설립해 가공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농산물가공센터는 조합원들이 시설과 장비를 공동 활용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가공하는 공장으로, 농업인들의 자생력 강화와 안정적 농산물 판로확보를 목적으로 거제시가 17억3500만원을 들여 완공했다.

과일파쇄기와 세척기 등 50종의 최신장비를 갖추고 습식가공품(약상차·잼·조청 등)과 건식가공품(분말·환·건조제품 등)을 생산·포장해 브랜드화 및 관광상품화하고 판매도 한다.

농산물 가공산업에 관심이 높았지만 고가의 장비마련이라는 부담 때문에 엄두를 못냈는데, 이제는 센터에서 제품의 기획부터 가공·제작·판매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자인 전공 경력을 살려 제품의 이미지 창출과 홍보활동에도 역할을 담당한다. 조합원 회계업무도 그에게 주어진 일이다. 

그는 가공센터가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안정적 판로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다. 고가의 가공장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생산한 농산물만 있으면 투자금 없이 가공사업이 가능해 요즘은 표고버섯 분말 가공판매에 매진하고 있다.

조합 출범과 함께 지난해 9월에 거제시 농산물가공 공동브랜드인 '올거제' 제1호로 '이유 있는 명품 표고버섯가루' 제품을 출시한데 이어 비트즙·모링가환·유자청·호박즙 등 각종 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이 개발되고 있고 시제품도 30여가지에 이른다. 모두가 조합원인 생산농가가 농산물을 가공센터에 가져와 직접 제품으로 생산하고 판매한다. 또 최근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딸기를 영하 40도로 냉각시킨 동결건조딸기도 출시해 거제시 로컬스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농산물 생산 외 가공제품 생산에 관심이 많았지만 고가의 설비와 투자금이 발목을 잡았는데 거제시가 가공센터를 건립해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생산 판매 유통까지 지원하고 있어고맙기만 하다"는 그는 "농산물가공 지원센터 활성화를 통해 농업인의 소득을 향상시키고 위생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함으로써 지역 농특산물의 브랜드화 및 관광상품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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