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조선업 사이클이 바닥을 쳤다는 진단이 조심스럽게 나오면서 선박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유가도 배럴당 70불을 넘어 그동안 해양플랜트 업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전망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여기다 하락세를 거듭하던 선가 역시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조선업이 지난해 말부터 세계 선박 수주 1위를 되찾으면서 조선 강국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경쟁력과 국제적 신뢰가 중국에 잠시 빼앗겼던 1위 자리를 되찾게 된 원동력으로 풀이되고, 이것이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아시아 지역 선사로부터 9억7000만 달러(1조1000억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1기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으로서는 약 2년 만의 해양플랜트 수주다.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한 선박수주도 잇따르면서 삼성중공업은 올 수주 목표액 78억 달러의 29%를 채우며 순항을 예고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수주를 이어가는 등 국내 조선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대 규모 1도크에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이 가운데 2척이 진수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도크에서 VLCC 4척이 동시 건조된 것은 1993년 이후 26년 만이다. 대우 역시 해양플랜트 수주는 없지만 LNG운반선과 VLCC, 잠수함 등의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VLCC는 LNG운반선과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선종으로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이끌고 있다.

조선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국영석유(QP)는 향후 10년간 100척 이상의 LNG선을 도입하는 신조 입찰을 시작했다. 1척당 선가를 2억달러로 추정할 경우 한화로 23조2000억원에 해당하는 초대형 거래다.

카타르는 신조 LNG선을 2023년 이후부터 인도받아 현재 추진 중인 LNG 생산 확대 프로젝트에 투입할 방침이다. LNG선 건조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삼성·대우조선으로서는 수주 낭보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선호황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의 갑작스런 발표로 동종사인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이라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고, 당장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작업과 기업결합심사가 목전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실사는 기업의 모든 경영 상태계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현미경 관찰이다. 독과점을 판단하는 국제 기업결합심사 역시 국제적 승인을 장담할 수 없다. 30여객 중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그들의 자국 조선업에 피해가 우려되는 조선 빅2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을 결코 곱게 볼리만은 없다. 특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과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반발로 국제기업결합 심사에서 불승인될 경우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우조선해양이 져야 한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기업결합 소식만으로도 불확실성이 증대돼 선박 수주활동 등 영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업 실사 과정에서 매수 예정자가 원가 구조와 핵심 기술에 접근하는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실사만으로도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과 영업력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매각 진행과정에서도 대우조선의 영업력을 무력화 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산업은행의 배려 속에 큰 금전적 출혈 없이 경쟁사인 대우조선을 삼킬 수 있는 길이 열렸기에 손해 볼게 없는 장사다. 한마디로 현대중공업오로서는 '안 되도 좋고, 되면 더 좋고'라는 꽃놀이패이고,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합병)되면 노동자를 포함한 지역경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안되면 빈껍데기만 떠안는 꼴이다.

이런 탓에 대우조선노동조합과 거제시민·경남도민들이 '밀실·야합 동종사 매각 반대'를 외치고 있다. 5월1일 노동절을 앞두고 오늘도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은 자신의 가정과 회사와 지역경제를 지키겠다며 산업은행의 일방적인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팔방으로 뛰고 있다. 대규모 선박 발주 예고로 모처럼만에 다가온 훈풍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