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늦은 시간에 셀프주유소를 이용했던 박무림(37·능포동)씨는 하반신이 불편한 장애인으로 장애인전용차량을 구입해 운전을 하고 다닌다. 평소 일반주유소를 주로 이용하지만 그날은 늦은 시간이라 가까이 보이는 셀프주유소로 진입했다.

"셀프주유소에는 각 주유기마다 '직원호출버튼'이 설치돼 있어 비상시나 장애인·노약자들이 손쉽게 직원을 호출해 주유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복지관의 설명을 들었던 터라 쉽게 생각했던 게 낭패를 불렀다.

운전석 창문을 열고 주유기에 설치된 직원호출 버튼을 누르려고 했으나 너무 높이 설치돼 있어 손이 닿지 않았다. 큰소리로 직원을 부르고 클랙슨을 눌렀으나 인기척도 없고 다른 차들도 보이지 않았다. 10여분 후에야 직원이 왔다. "셀프주유소라 직접 주유를 하라"면서 졸음과 짜증이 잔뜩 묻어난 목소리로 말했다.

장애인이라 직접 주유가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설명한 후에야 겨우 주유를 할 수 있었다.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요즘 누구나 10원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다. 주유소마다 가격이 모두 달라서 비교가 힘들지만 비슷한 지역의 일반주유소와 셀프주유소를 비교하면 셀프주유소가 리터당 20~50원 정도 저렴하다. 물론 지역에 따라 셀프주유소가 더 비싼곳도 있고, 저렴한 곳도 있지만 직접 주유하기가 힘든 장애인이라고 해서 기름값이 저렴한 셀프주유소를 눈치 보면서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셀프주유소는 영업 시 안전관리자 1명을 상근시켜야 한다. 그러나 일부 셀프 주유소는 심야시간에 문을 열어두고도 인건비 절약을 위해 직원은 배치하지 않고 있는 곳이 있다. 이것을 모르고 직접 주유가 힘든 장애인들이 이곳을 찾아 직원호출 버튼을 누르면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셀프주유소는 인건비를 줄여 소비자가 조금 더 저렴한 값으로 주유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보행에 불편함이 있는 장애인들은 주유가 힘들거나 불가능한 문제가 있다.

특히 셀프 주유기가 목발이나 휠체어 등을 사용하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이 제작되어, 많은 장애인 운전자들이 주유가 필요해도 그냥 지나치고 있는 실정이다.

주차권 발급기의 경우처럼 차량의 창문만 내리고 호출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도움요청 벨을 눈높이에 설치했으면 한다. 장애인 편의지원 주유소 안내표지나 장애인 도움지원 주유기 표시 등을 해주면 더욱 좋겠지만 무엇보다 종업원들이 장애인 운전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가질 수 있도록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앞서야한다. 직접 주유가 힘든 장애인들도 셀프주유소를 맘껏 이용할 수 있고, 창문만 열면 '직원호출버튼'을 쉽게 누를 수 있도록 따뜻한 배려가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해마다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는 불편한 것이지 미안해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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