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기자
이상화 기자

전국 어느 곳을 가도 지역을 대표하는 맛과 멋이 있다. 거제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해 11월 거제를 대표하는 9경9미9품의 선정공고가 고시됐다. '새로운 트렌드에 부합하고 지역특색을 살린 거제대표 볼거리·먹거리·살거리를 발굴해 1000만 관광객에게 보여주자'는 취지다.

취지는 좋다. 10년 동안 고수해온 '8경8미8품'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진지 오래다. 그나마 8경을 제외하면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취재하면서 거제 곳곳을 다녔지만 어죽을 판매하는 곳은 본 적이 없다. 맛을 볼 수도 없는 음식이 거제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다는 것은 지난 10년 동안 조선산업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것과 관광산업이 등한시되고 있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거제시는 지난달 29일 9경9미9품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새로운 트렌드에 부합하고 지역특색을 살리겠다'는 취지는 어디로 갔는지, 9가지 가운데 7가지가 전과 동일한 것이 선정됐다. 시도 할 말은 있다. 시민공모를 통해 나타난 결과였다니.

하지만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다. 공모취지에서 말하는 '새로운 트렌드'는 과연 무엇일까? 기존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물론 아니었을 것이고 숫자 9를 '구'로 읽어 스토리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목표였을까?

9경9미9품은 타 지자체에서도 많이 사용돼왔던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트렌드'라는 말을 갖다붙이기도 적절하지 않고 '구'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내려고 시도했다는 좋게 말해 '모방'이고 나쁘게 말하면 '표절'이다.

정말 거제시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육성하길 원한다면 시청홈페이지를 통한 시민공모 등이 아닌 발로 뛰는 설문조사가 실시됐어야했다. 25만 거제시민 중 그래도 10%의 사람들의 생각이 담긴, 그들이 인정하는 대표성을 가진 볼거리·먹거리·상품들이 만들어졌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예산과 인력이 편성돼야한다. 양질의 결과물을 얻으려한다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또 동일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공모는 참여자의 숫자가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얼마만큼 참신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졌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 공모선정은 참여도 저조했을 뿐 아니라 결과물에 대해서도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평하고 싶다. 예산·행정력 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거제시에서 한 가지 희망을 확인한 것이 있다면 '충무김밥'을 '거제김밥'으로 재해석한 방송인 백종원씨의 아이디어를 모방해 어디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거제'를 붙여 '거제대구' '거제굴' '거제미역' 등 고유명사처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시청 안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위로하고 싶다.

이미 선정은 완료됐지만 '마산아구찜' '의정부부대찌개' '대구막창' 같이 9미와 9품에 '거제'를 붙여 '거제대구탕' '거제굴구이' 등 새로운 브랜드가 만들어지길 희망해 본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