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이 기자
류성이 기자

거제시의회의 권한과 지위는 막중하다. 지역민이 직접 대표자로 내세울 사람을 선출해 당선됐고, 거제시의 주요 의사를 심의·결정하는 주민대표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갖기 때문이다.

특히 의회는 의회에서 의결된 의사에 대해 집행부인 거제시가 합법적으로 실행하는 지에 대해 '감시·감독'하는 견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마을축제 참석·민원 청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의회가 열리는 동안 상임위원회 활동이나 본회의에서의 5분 자유발언·시정질문·조례안 발의 등이다. 하지만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가 결코 쉽지는 않다.

8대 시의회가 들어선지 9개월이 지났다. 16명의 시의원 가운데 재선 이상의 의원이 5명뿐이라 경험이 부족해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도 있었다. 평균 나이가 젊어지고, 초선의원이 다수라서 원래 역동적이었던 의회가 더욱 활동이 활발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자리를 잡지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현실도 존재한다. 의회 출입기자 대다수에게 의정활동의 백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10명 가운데 9명은 '시정질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가장 많은 기삿거리가 제공되고,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시장과 시의회의 견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시의원이 담당공무원과 대면할 기회는 많지만, 거제시를 이끄는 수장인 시장에게 직접 현안에 대해 묻고 미래 발전방향 가능성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건 시정질문이 공식적으로는 유일하다.

그러나 이 백미가 최근에는 지루해졌다. 8대 의회가 들어선 이후 지난해 9·12월 정례회와 지난달에 열린 임시회에서 시정질문이 진행됐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지 않다. 특히 시정질문인지, 업무보고인지 그 내용 면면만 본다면 무엇인지 알 수조차 없어졌다.

조선산업 장기침체와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등 거제는 지금 변광용 시장이 이끌고 해결해야 할 현안이 차고 넘친다. 1분 1초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 귀한 시간을 쪼개 시장을 참석시켜 시정질문이라는 방법으로 시정의 답을 구하는 것은, 그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발전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시정질문은 시의원이 변 시장에게 직접 시정 방향에 대해 건의할 수도 있고, 질타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8대 들어서 변 시장에게 추가로 질의하는 사례조차도 극히 드물다. 준비해 온 질문내용을 읽고 답을 듣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이대로는 8대 의회 전반기에 시정질문을 A 의원이 수차례 해서 가장 활발한 의정활동을 했다는 그 사실 하나만 남을 뿐이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를 하고 싶다면 말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의회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집행부의 '견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변 시장과 치열한 고민과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장을 제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난 7대 거제시의회는 권민호 전 거제시장이 당시 새누리당 소속일 때 시의원 16명 가운데 10명이 같은 당 소속이면서 '거수기' 논란이 계속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일부 새누리당 소속 의원은 권 전 시장과의 다른 목소리를 시정질문을 통해 내며 초당활동을 해왔다.

현재 8대 거제시의회 역시 시의원 16명 가운데 변광용 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10명이다. '거수기'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시의원들의 몫이다. 부디 2022년 6월까지 '거수기 의회'라는 입방아에 오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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