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삼락회 이철호 회장이 들려주는 '인간선생' 이야기

"부친은 내가 어릴 때 '세상은 왕배야덕배야 하며 사는 게 아니란다'는 말을 늘 해 왔지. 부친도 당신의 아버지께 전해들은 얘기라면서 말이야.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그 말씀이 삶의 지혜이자 철학이 됐지. 나도 자식을 키우면서 아버지께 들은 얘기라며 자식들에게 똑 같이 알려줬지. 아마 내 자식들도 아이들에게 그렇게 전해줬을 게야."

고희를 훌쩍 넘긴 이철호(75) 거제삼락회 회장은 '왕배야덕배야…'를 좌우명처럼 여기고 살아왔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 말을 '세상은 잘난체 하면서 아웅다웅 사는 게 아니라 손해 보는 듯이 사는 게 좋다'란 의미로 해석하고 평생을 실천해왔다고 설명했다. 부당한 이익을 봐도 안 되고 타인에게 피해를 줘도 안 되며 선하게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초면 이목마을이 고향인 이 회장은 거제도 섬에 살았지만 초등학교 때까지 바다를 보지 못하고 살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고향 이목을 바다가 없는 고향, 바다 속 두메산골이라 표현했다. 그때만 해도 이목마을에는 100여호가 살았고, 제삿밥을 나눠먹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마음 따뜻한 고향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런 고향이 1970년대 말 이목댐이 들어서면서 수몰됐고, 이 회장 가족은 수몰민으로서 고현에 삶의 터전을 새롭게 마련했다. "고향이 수몰된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시로 이목댐을 찾아 멍하니 없어진 마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는 그는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갔다.

교직생활을 한 부친의 영향으로 자신도 교직에 몸 담았고, 부친의 가르침들을 다시 제자들에게 '왕배야덕배야…'이야기를 들려줬었다. 공부 잘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정직하고 인성을 갖춘 사람이 돼야 한다는 이치를 늘 가르치며 강조했다. 그런 한결같은 가르침 덕에 제자들로부터 '인간선생'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지금도 제자들은 자신을 '인간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매년 '인간선생님'이라고 찾아와 주는 제자들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했다.

인성교육을 중시한 퇴직교원답게 현 교육제도에 대한 아쉬운 점도 빠뜨리질 않았다. 그가 요즘 교육에서 가장 못마땅한 점은 학생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부모들의 강요에 의해 몇 군데의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이 같은 행태는 내 자식은 남들보다 더 잘 돼야한다는 부모들의 욕심일 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교직생활 38년 동안 경험으로 느낀 점은 "강요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이 더 공부를 잘하고, 인성이 참되고 사회성이 뛰어난 학생이 사회에 진출해서도 두각을 나타내더라"면서 "'왕배야덕배야…' 할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정직하고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따뜻한 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이 돼야 공부가 필요하지, 부정한 사람이 공부를 잘 하면 사회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인성교육은 퇴직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거제삼락회 회장을 맡아 후학들의 인성교육에 일조하고 있다. 회원들과 함께 '찾아가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역 초·중·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올바른 삶과 참된 인생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또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기금으로 지역 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며 용기를 주고 있다.

거제삼락회는 '가르침의 즐거움·배움의 즐거움·봉사의 즐거움' 등 3가지 즐거움을 실천하는 거제지역 퇴직 교원(교사·교감·교장·전문직)들의 모임으로 평생교육활동·학생교육활동의 지원과 지도·인성교육과 상담활동·교육정책 모니터활동·각급 교육기관에 대한 협조·모범교육자 표창 및 교육유공자 발굴 격려·시민문화 향상을 위한 봉사활동·삼락회의 목적 사업에 필요한 사업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이철호 거제삼락회 회장은 지난 1971년 동래군(현재 부산시) 철마중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한 이후 거제여상과 거제수고·통영고·김해농공고·마산상고·합포고·충무중학교 등에서 근무하고 2008년 통영여고 교장으로 38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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