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어릴 때 수없이 불렀던 윤석중 선생의 '봄나들이'라는 동요다. 노란 개나리가 피어 있는 울타리 밑으로 노란 병아리가 종종거리며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개나리가 피기 전에 먼저 핀 산수유도 노란색이고, 생강나무도 노란색이다. 봄은 노란색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개나리는 혼자일 때 보다 여럿이 모여 군집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봄의 운치로는 단연 개나리가 최고다. '나리'란 나팔처럼 꽃을 피우는 백합과 식물을 부르는 순우리말 이름이다. 개나리라는 말은 너무나 흔한 까닭에 접두사 '개-'라는 글자를 붙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나리꽃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나리꽃보다 아름다움이 덜하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일 수 있다. 북한에서는 접두어 '개'가 들어간 식물의 이름을 모두 바꾸었지만 '개나리'만은 그대로 부르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월남 이상재 선생이 YMCA에 강연을 하려고 갔더니 일본 형사들이 강연내용을 트집 잡기 위해 여럿이 나와 있었다. 월남 선생이 청중을 향해 "겨울인데도 개나리가 많이 피었군" 하자 청중들은 알아 듣고 웃음바다가 되었지만 일본순사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따라 웃었다고 한다. 그 당시 일본순사들을 나리(나으리)라고 부르던 때라 '개'자를 붙여 비유한 것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군무총장을 지내고 독립군 양성을 위해 미국에서 최초의 항공비행학교를 설립한 노백린 장군은 이완용이나 송병준을 만나면 면전에 대고 나라를 팔아먹은 개 같은 놈이라는 뜻으로 "워리∼ 워리∼"라고 마치 개 부르듯 해서 자주 시비가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개나리가 우리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영조 때 유박이 지은 원예 전문서 '화암수록(花菴隨錄)'인데 거기에 무궁화와 함께 9품 꽃으로 등재돼 있다. 서양에서는 꽃 모양이 종을 연상한다고 해서 '황금종(golden bell)'이라 부른다. 이제 봄은 서서히 개나리에서 진달래로 옮겨갈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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