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있는데 사과는 없다"

류성이 기자
류성이 기자

"녹취록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 주당 평균 근무시간 49시간55분. 주5일제로 계산하면 하루 약 1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이런 실정에서 매일 부딪치는 직장 동료 간 위와 같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면. 이는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의 현재 진행형의 모습이다.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 운영 정상화를 위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이하 거제복지관 특위)가 지난 16일 제16차 회의까지 열렸다. 그동안 24명의 증인과 1명의 참고인이 거제복지관 특위에서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증인·참고인만큼이나 거제복지관 특위 소속 10명의 의원들도 소신껏 각자의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면면을 들여다보면 과연 운영 정상화를 위해 특위가 이뤄지고 있는지, 분열을 가중화하기 위한 특위인지 알 수 없는 순간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각자의 신념에 따라 정상화를 위한 선택이겠지만 과연 그의 신념이 정상화를 위한 것인지 남의 살 깎아먹기를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거제복지관 특위가 구성되기까지 거제복지관이 논란이 된 문제 시점이 언제부터인가에 대한 생각도 10명의 의원 모두 각양각색이다. 시점이 다른데 이를 위한 결과 도출이 같을 리는 만무하다. 누군가는 1재단, 1복지관으로 운영하라는 시의회 의견을 무시한 데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거제시가 수차례 패소했음에도 해고한 사회복지사를 복직 시키지 않고 3년을 끌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데서 이유를 찾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피해본 이들은 수없이 많은데 사과한 이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법원의 '해고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판결에 따라 3년만에 복직된 김윤경 국장과 김인숙 과장도, 조계종복지재단부터 이어져온 거제복지관의 각종 잘못된 운영으로 피해를 입은 사회복지사들도 그 누구에게도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4년 동안 끌어온 이 문제로 복지혜택을 받아야 할 시민들의 불안과 피로감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피해 입은 이는 분명한데 가해한 이는 서로 미루기 바쁘다.

이는 거제복지관 특위에서도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하냐"는 태도가 대다수였다. 발언을 중지해서, 말을 너무 길게 해서, 시간이 없어서 등 죄송하다는 말이 각각의 이유로 특위 증인·참고인 조사 기간 동안 43차례 이상 나왔지만, 사과해야 할 대상자에게는 단 한 번의 사과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김동수 의원은 거제복지관 특위에서 내내 청취만 하다 제14차 회의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전향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서로 하나씩 양보한 것 만큼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음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거제복지관 특위에서 김 의원 이상의 화해 시도나,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이 있었다면 특위를 취재하면서 눈치를 채지 못했거나, 회의록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기자 본인 탓이다.

아직 특위활동의 기간은 남아 있다. 특위 소속 의원에게 묻고 싶다. 의회 특위로 모든 갈등이 해소될 수 있겠는지. 해소를 위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인지. 성과 없었던 이전의 무능력하고, 하나 마나 한 특위가 아닌 4년 넘게 끌어온 이 사안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지.

언제까지 거제복지관과 관련한 문제를 '복지'가 아닌 '갈등'으로 만 들어야 하는지, 언제부턴가 거제복지관 문제가 먼저 사과를 하면 사과를 한 이가 오롯이 잘못한 것만 같은 모양새가 돼 누구 하나 먼저 사과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거제복지관 문제를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이다. 거제복지관 특위가 진정한 복지 거제로 나서길 깊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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