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명 기습 난입 "매각찬반 분명히 밝혀라"
책상 뒤엎고 집기 부셔...험악한 분위기 발생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거제시장실을 무단점거하고 집기 등을 훼손하는 등 30여분간 난동을 부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 관계자 30여명은 지난 13일 오전 10시10분께 대우조선해양 매각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변광용 거제시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시장실로 돌진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실 문이 부서지고 책상과 테이블 등 내부집기가 파손됐다.

시장실로 난입한 노조원들은 거칠게 항의하며 '대우조선 매각철회'등의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 수백장을 뿌리고 시장실 곳곳에 붙이기 시작했다. 스티커를 붙이는 것을 말리는 공무원들과 노조원 사이에 말다툼이 시작됐고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대화에 응하겠다는 시장의 말에 노조대의원 1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은 시장실을 빠져나왔다.

노조 대의원들은 "시장으로써 대우조선을 살리고자하는 의지가 없다"며 "시장이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도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역민을 위해 노력하겠다. 함께 하겠다'는 두루뭉술한 표현 말고 '매각에 찬성한다. 반대한다' 정확한 표현을 해달라"며 분명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이에 변 시장은 "노조원들을 피할 생각도 없고 피하지도 않겠다. 모든 것을 시민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대처 하겠다"며 "노조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행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다. 행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고민 하겠다"고 답했다.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변 시장의 태도에 '분신을 해야 입장을 밝히겠느냐', '다음에 올 때는 그냥 돌아가지 않겠다'는 등의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20여분간 이어진 대화에 진전이 보이지 않자 이들은 시장실을 빠져나와 시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노조원들의 행동이 불법이지만 기습적으로 이뤄진 사안이라 미처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조원들은 변 시장이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데다 지난 12일 노조가 거제시내에 게시한 현수막을 불법현수막이라는 이유로 철거한 것에 불만을 품고 시장실을 점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매각반대 서명운동에도 이·통장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 역시 시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거제시 공무원 A씨는 "노조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표하는 것은 좋으나 불법으로 시장실을 점거하고 집기를 파손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라며 "이는 시민들로부터도 공감을 얻지 못할뿐 아니라 명확한 집시법 위반의 불법행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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