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거제지역 13개 협동조합 조합장을 뽑는 선거가 1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지난달 27일 후보등록을 마치고 28일부터 일제히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치열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이번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두 번째 조합장선거로 거제에서는 13개 조합 수장을 뽑는다. 단독 출마로 당선이 확정된 기분 좋은 후보도 있지만 적게는 2대1, 많게는 5대1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당선증을 목에 걸 수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2조 제1호에 '협동조합'이란 법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조합원이 조합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 운영을 통해 공통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이루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협력단체이다.

조합이 공동운영체인만큼 조합장도 공인으로서 해당조합의 경영과 조합원의 권익을 책임져야 하는 대표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합장은 임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물론 경제 사업권, 대출한도 조정, 예산 재량권, 파산 신청권, 농수축산물 판매, 마트 운영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이사회와 총회의 의장이며 중앙회회장 선출권도 주어진다. 대의원이나 이사회 선거까지 개입해 친위부대를 만들어 조합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조합장의 능력과 운영방침은 조합운영의 승패와 직결돼 있고 조합원들의 복지나 손익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막중한 권한에 비해 마땅한 견제장치가 부족하고, 짊어져야 할 업무와 책임소재까지 불분명해 조합장 자리는 선출직 중 최고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때문에 이번 동시선거가 공명선거로 치러져 조합원을 위한 진정성 있는 조합장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다지 그렇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엄격한 선거법과 과도한 선거운동 규제로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불·탈법 선거가 판을 치고 5당4락(5억 쓰면 당선, 4억 쓰면 낙선)이라는 자조 섞인 한숨까지 들린다.

예비후보 등록기간이 없어 현직 조합장을 제외한 후보자들은 자신을 알릴 기회가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 가족의 선거운동도 허용되지 않고 후보연설회나 정책토론회도 없다. 인물 비교는 선거운동 기간 공보물·벽보·명함 배부 등이 전부다. 선거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다보니 후보들은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적어 불·탈법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유권자인 조합원이 1000~3000여명으로 적다보니 표 계산만 잘하면 매표행위가 가능하고 혈연·학연·지연 등으로 맺어진 특수성 때문에 불·탈법 현장을 목격해도 쉽사리 신고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선거는 치러져야 하고 조합원들은 조합장을 선택해야만 한다. 조합장 한 명만 잘 뽑아도 조합과 조합원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인정신으로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우리조합에 적합한 수장을 뽑아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 되고자 상대방을 비방하고 음해하는 것 또한 협동조합 정신에도 반하는 행위이므로 조합원들이 현명한 판단으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후보자들도 조합장이라는 직위가 권한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조합원을 위한 봉사의 자리라는 점을 명심하면서 부정혼탁선거를 몰아내고 농협과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과 공약으로 조합원의 선택을 받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로 공명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후보로써 당연한 의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합장 투표는 조합원만이 가질 수 있는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다. 깨끗한 과정 속에서 소중한 한 표가 행사 될 때 비로소 조합의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선거가 협동조합이 가진 특성 및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공감하는 공명선거가 되길 바란다. 돈선거와 불·탈법으로 당선된 조합장은 본전 생각이 나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조합원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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