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석 거제시약사회장
고윤석 거제시약사회장

음식 찌꺼기를 내버려 두면 썩어 악취가 나지만, 꽃밭에 놓고 흙으로 덮어 놓으면 상큼한 냄새가 납니다. 이것은 흙 속에 있는 미생물이 음식 찌꺼기를 발효시켰기 때문입니다.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북아프리카에서 전투를 벌이던 중 수백명의 병사가 설사병에 걸려 죽어 나갔습니다. 아프리카의 음식과 물에 든 병원성 세균에 의해 설사병에 걸린 것인데, 그 당시는 설사를 치료하는 항생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백만 아랍인들은 설사로 죽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았더니 아랍인들은 낙타나 말이 배설한 변을 먹었다고 합니다. 아랍인들은 조상들에게 배운 대로 변을 먹는 것이 설사에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에 고무된 독일 연구진들은 그 배설물을 연구해 변 속에 아주 강력한 미생물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미생물은 나중에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고초균·枯草菌)이라고 명명됐습니다. 독일정부는 그 후에 바실러스 서브틸리스 균을 배양해 병사들에게 투여했고, 설사는 완전히 멎었다고 합니다.

바실러스 서브틸리스균(고초균)의 세포벽 성분이 면역글로불린(IgM·IgG·IgA)을 활성화해 나쁜 세균·바이러스 등을 막아내기 때문에  바실러스 서브틸리스 배양물은 설사 치료제로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바실러스 서브틸리스균을 고초균(枯草菌)이라고 합니다. 된장이나 청국장을 만들 때 짚(고초)을 깔아 두는데, 고초를 깔게 되면 깔지 않을 때보다 더 메주를 잘 띄울 수 있게 됩니다. 청국장를 발효시켜 주는 균이 볏짚에 묻어 있기 때문에 바실러스 서브틸리스 균을 고초균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토양균의 기능은 크게 면역력 증가, 영양분 흡수 촉진, 효소생성 등이 있습니다. 토양균은 곰팡이·바이러스 등을 포식해 면역력을 촉진시켜 주고, 또한 인터페론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인터페론은 항바이러스 작용 및 항종양작용(세포증식억제), NK세포(Natural Killer Cell) 활성증가 작용 등을 촉진시켜 면역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의료용으로 만들어지는 인공 인터페론은 가격도 비싸고 종류도 단순하기  때문에 아직 효율성이 좋지 못한데, 토양균은 장에서 우리 몸이 만들어내는 인터페론과 똑같이 만들어내서 면역력을 증강시켜주고 장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토양균은 그 외에도 영양분 흡수를 촉진시켜 줍니다. 영양제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화력이나 흡수력에 문제가 있다면 영양부족이 될 수 있습니다. 토양균을 보충해준다면 영양소 흡수력이 좋아지게 될 것입니다.

환절기에 면역력 저하로 만성화된 장염이나 알레르기 반응들 때문에 피부과나 내과 방문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대중요법으로 진경제와 지사제를 복용하곤 합니다. 이제는 토양균을 포함한 마이크로비오타(미생물총·유산균 포함)의 규칙적인 섭취가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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