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특산품 홍보영상 전문배우 백자현 담당주사

거제시 공무원이 거제시 특산물과 특산품 홍보 영상에 연기자로 나서 '인싸'가 됐다.

거제시청 홍보담당관에 근무하는 백자현(58) 시정홍보담당주사는 요즘 지인들로부터 전화를 받느라 바쁘다. 최근 '행운 청주'와 '고로쇠' 홍보 영상을 찍은 뒤부터다.

같은 부서 미디어홍보담당에서 거제지역 특산주로 선정된 '행운 청주'를 알리기 위해 홍보 영상을 촬영하기로 했다. 막걸리와 청주를 좋아할 나이 대의 이웃 아저씨처럼 친근한(?) 사람을 배우로 찾았다.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해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때였다. "나 막걸리 좋아하는데~" 이 한 마디에 백 담당주사가 캐스팅 됐다.

30초짜리 행운 청주 홍보영상을 찍기 위해 2시간을 사곡해수욕장에서 촬영했다. 촬영 팀의 액션 요구에 연기를 하려하기 보단 생활에서 늘 하듯이 그대로를 행동으로 옮겼다.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편집과정을 거쳐 행운 청주 홍보영상이 탄생했다. 이 홍보 영상은 거제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유튜브·거제시 블로그를 통해 홍보됐다. 이 영상은 개인 페이스북과 블로그·카톡 등으로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조회 수가 빠르게 늘었다.

"너무 자연스럽다" "캐스팅이 예술이다" "너무 잘 어울린다" "짱이다" "배우해도 되겠다" 등 칭찬일색의 댓글이 무섭게 달리면서 조회 수 1만명을 훌쩍 넘겨 버렸다.

첫 홍보영상을 찍은 뒤 그는 거제시청 직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인싸'('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떠올랐다.

첫 촬영 뒤 백 담당주사는 "거제시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조선산업 재도약과 1000만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면서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시에서 생산되는 지역 특산물 판매 홍보를 하려는데 생활연기자나 전문 연기자를 쓸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솔선수범해서 나서는 것도 의미가 있고, 청주 콘셉트하고 잘 어울린다는 농담을 해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흔쾌히 캐스팅에 응했다"고 배우(?)가 된 계기를 설명했다.

여세를 몰아 그는 고로쇠 홍보 영상도 찍었다. 첫 촬영 때보다는 오히려 두 번째 촬영이 어려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잘 찍어야 한다, 더 재밌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두 번째 홍보 영상 역시 인기는 식지 않았다. 지인들이 '카톡'으로 영상을 받고 보내면서 조회 수가 또 상당했다. 전화와 카톡으로 잘 봤다는 격려의 말과 함께 응원을 많이 받으면서 부담이 살짝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을 즐기고 있다.

그의 '끼'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숨겨져 있던 배우의 끼를 뒤늦게 찾은 셈이 됐다. 그의 딸도 서울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데서 단박에 알 수 있다. 그의 재주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4~5년 전 지인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서각을 시작했다.

지금은 고향 거제면에 자그마한 공방을 만들어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달마에 관심이 많아 달마도를 서각한다. 그의 서각 작품도 취미 수준을 넘어 예술적으로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 대부분은 지인들과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몇 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달마도에만 꽂힌 그를 두고 지인들은 생김새 자체가 달마대사이니 달마서각에만 매달린다고 농담도 던지다.

백 담당주사는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퇴직할 때까지 거제시 홍보영상을 찍는데 배우가 돼 돕고 싶다"면서 "부담도 작지 않지만 나름 큰 용기를 냈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순수한 아마추어로 재밌게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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