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시동…흔들리는 거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시동…흔들리는 거제
  • 류성이 기자
  • 승인 2019.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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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현대중공업, 빅딜 조건부에 MOU 체결
대우조선 노조 "구조조정 없다지만 '뻥치는' 소리" 반발
거제시 "공동대응협의체 구성 등 부정적 요소 차단에 최선 다하겠다"
거제시민,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 우려하며 동종업계 매각 반대 입장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끌어안는 인수·합병을 시작한 가운데 업계와 거제지역사회 등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상태로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6시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에서 퇴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끌어안는 인수·합병을 시작한 가운데 업계와 거제지역사회 등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상태로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6시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에서 퇴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끌어안는 인수·합병(M&A)을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가진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과 '빅딜'에 조건부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설에 이어 산은의 M&A 발표가 잇따르자 업계 뿐 아니라 거제가 들썩였다.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반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닥칠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동종업계 빅2의 M&A는 인력 정리를 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 결사반대'를 피력했다.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분분했다. 인수·합병이 무산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체로 인수·합병 자체는 긍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동종업계인 현대중공업보다 탄탄한 회사의 타 업계이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구조조정 여파와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로 내려앉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구조조정은 없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M&A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가칭 '조선합작지주'라는 이름의 법인을 만들고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 다음으로 유력한 후보사인 삼성중공업에도 인수의향을 타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삼성중공업이 최근까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사실상 확정적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5000%를 상회하던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이 200%대로 낮아졌고, 2017년 영업이익 0.7조원을 실현했다. 큰 폭의 재무구조 및 수익성 개선의 성과가 있었다"며 "'민간 주인 찾기'의 적기라 판단했고, 현재 빅3 체제의 과도한 경쟁, 중복투자 등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빅2 체제로의 조선 산업재편 추진을 병행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번 M&A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또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높은 강도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해왔고 상당 부분 정리가 됐다. 마무리 단계라고 판단한다"며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조선 산업 자체의 장기적 경쟁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 고용을 유지하고 우수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M&A 후 우수 인력 유치와 고용 유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옥포와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는 완전히 분리돼 운영될 것이다. 완전히 다른 법인이다. 독립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산은은 "현대·기아차를 보면 K5와 쏘나타 프레임이 같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은 공유해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원자재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이 M&A를 사람의 조정으로 보고 접근해선 안 된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손 안 댄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우노조 "구조조정 없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인수·합병 소식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종사(조선업) 매각 반대 △당사자(노동조합) 참여 보장 △분리 매각 반대 △해외매각 반대 △일괄 매각 반대 △투기자본 참여 반대 등을 제시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 관계자는 "노동자를 배제하고 이뤄진 이번 밀실 합의에 의한 매각은 즉각 멈춰야 한다"며 "동종 업계에 넘어가게 되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이제까지 회사가 어려워 뼈를 깎는 인력 감축, 임금 삭감을 견뎌왔는데 이런 식의 통보에 감정이 많이 상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쟁의발생 결의 찬반 투표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산은의 뒤이은 발표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당장 구조조정이 없더라도 언젠가 뒤따라올 수순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LNG운반선을 비롯한 상선 부문과 해양플랜트 부문에 이어 특수선까지 업무가 대부분 일치한다. 중복되는 부문을 합치고 빼다보면 잉여 인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없이 원자재 원가를 절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공유한다고 하는데 공유하면 공유한 만큼 필요 인력이 줄어들고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그게 바로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당장은 없다고 하지만 나중엔 비효율을 무기로 사람을 자른다. 이때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 "대우, 주인 찾아야…하지만 동종은 안 돼"

설날 명절을 앞둔 대형 소식에 대우조선해양 배후도시인 능포·아주·옥포동 상가 및 시민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새해 이후 속속 들려오는 수주 소식에 반가워한 마음도 잠시, 가뜩이나 지역경기 침체가 장기전이 되면서 회복이 안 되고 있는데 동종업계에 팔리면 추가 구조조정은 불 보듯 뻔하고 결국 거제지역 경기는 회복 불능 상태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우조선에서 34년 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A(58)씨는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믿는 사람이 1명이나 있을까. 아마 노동조합이나 지역 눈치 보는 것 때문에 61~64년생이 정년 임기까지는 구조조정이 없을지라도 65년생 이후부터가 걱정"이라며 "거제가 참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아주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46)씨는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거제시민 대부분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을 것. 한때 '대우조선 주인 찾기' 운동도 일어나고는 했었다"면서도 "동종업계는 결국 거제를 벼랑으로 몰것이다. 이제야 좀 수주 호황기 소식도 들려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동종업계 합병이라니.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매각 공동 대응 나설 것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으로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역경기가 더욱 침체될 것을 우려해 대우조선 노동조합과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정완 시 조선경제과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라 찬반을 논하기 어려우며 대책을 세우고 행동하기도 조심스런 입장"이라면서도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심각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 노동조합과 경실련 등 지역단체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그들이 주관하는 공동대응 협의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협의체가 도출한 공동협의안 등 결과물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거제시가 나서야 할 일이 있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천 과장은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 협력사나 계열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과 생산물량 빼가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시는 물론 시민 모두 힘을 합쳐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측면을 차단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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