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시인(詩人)
할머니 시인(詩人)
  • 거제신문
  • 승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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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두 살(92살) 때 할머니는 시(詩)를 쓰기 시작하여 그의 나이 아흔 여덟(98세)이 되던 2009년, 죽으면 장례비용으로 마련해 두었던 100만 엔으로 그동안 쓴 시들을 모아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자비로 출판하게 된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 한숨 짓지 마 / 햇살과 산들바람은 / 한쪽 편만 들지 않아 / 꿈은 평등하게 / 꿀 수 있는 거야 / 나도 괴로운 일 / 많았지만 / 살아 있어 좋았어 / 너도 약해지지 마(詩 '약해지지 마' 전문>

시가 어렵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인 탓에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시집을 낸 다음 해 아스카신샤(飛鳥新社) 출판사에서는 할머니의 시 가운데 41편을 골라 삽화를 곁들인 시집을 다시 펴냈다. 시집이 출간돼 1만부만 팔려도 성공인데, 이 시집은 무려 150만부가 판매되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할머니가 100세 시인으로 불리는 '시바타 도요'이며, 2011년 만100세가 됐을 때 생일을 기념하는 두 번째 시집 '100세'를 내놨다. 2013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를 쓴 소녀같은 감성을 지닌 시인이었다.

2017년 1월, 서울 광진구에서는 92세의 김옥순 할머니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우리나라 최고령 등단 시인이다. 시 뿐만 아니라 86세에 그림을 공부해 인사동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지기도 했고, 2011년 아들로부터 일본의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시집 '약해지지 마'를 선물 받고 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년 말, 강원도 양양에 계시는 아흔 일곱(97세)의 이옥남 할머니는 1987년부터 2018년까지 30년 남짓 써 온 자신의 일기에서 151편을 추려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어릴 적 부지깽이로 몰래 익힌 기역 니은. 여자가 무슨 글을 배우냐는 호통에 참고 참다 예순넷이 돼서야, 도라지 판 돈으로 공책을 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글을 안 썼다면) 세월이 그저 어둡게 지나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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