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분석심리학의 대가인 칼. 융(C. G. Jung)은 마음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고 봤다. 마음은 우리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영혼에 의해 움직인다는 학설이다. 인간의 마음은 그러한 영혼을 받아들이는 그릇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아의 결단 없이는 어떠한 무의식도 의식으로 동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아는 마음의 주인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마음을 관리하는 문지기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융의 분석심리학의 다양한 개념 중에서 그림자(shadow)에 관해서 살펴본다. 그림자는 한마디로 말해서 자신의 성격이라고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속성의 요소들이 잠재돼 있는 것들을 말한다. 그림자에는 개인이 의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성적·공격적 충동이 포함돼 있다.

또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인격의 열등한 측면도 포함된다. 그림자란 자아의 어두운 면, 즉 무의식적 측면에 있는 나의 분신이다. 따라서 의식적 자아가 강하게 조명될수록 그림자의 어둠은 짙어진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굉장히 친절하고 부지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자기중심적이고 나밖에 모르는 나태한 부분'이 그림자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림자는 무조건 나쁜 것, 없애야 하는 것일까? 그림자를 그렇게 악하고 부정적이고 열등하기만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의식의 그늘에 가려진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무의식에 버려져서 의식화 되거나 분화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림자를 의식하지 못하면 투사가 일어나기 쉽다. 우리 모두는 아마 살아오면서 '그저 싫은 사람'을 만나 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어떤 사람이 이유가 있던 없던 그렇게도 싫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가진 어떤 특징이 나의 그림자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대상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다면 나의 그림자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림자 투사는 자녀 양육과정에서 나타나기 쉽다. 예건데 공부를 많이하지 못한 아버지가 자신의 열등감을 자녀에게 투사해서 자녀의 학교성적에 예민해지고 배우지 못한 자신의 한을 자녀에게 쏟아붓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모는 자녀의 공부를 위해서라면 비싼 학원비·체벌·혹사 등 어떤 수단도 동원하려 한다. 따라서 자녀에게 그림자가 투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이 먼저 그림자를 인식하고 의식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림자를 의식화하기 위해서는 꿈 등을 분석해 봐야겠지만 전문가의 분석을 받지 않고도 자신의 그림자를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일상의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투사를 살펴보는 것이다. 무의식의 그림자는 투사를 통해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투사는 자신을 돌이켜 보고 자신으로부터 떨어져나간 자신의 분신을 되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투사된 그림자를 자신의 인격에 통합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맺고 있는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불편함을 직면하고 숙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투사는 어떤 대상에 대해 강렬한 감정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자아를 그 대상에게 집착하게 만든다. 따라서 투사가 일어나면 자아는 그 대상에 대해 초연해지기가 어렵다. 이것이 투사현상의 특징이다.

문제는 투사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투사를 하고 있는지 모르거나 그 감정이 투사된 마음인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이 실제로 그러한 부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림자 투사의 더 큰 문제는 상대방이 가진 성격의 긍정적인 측면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올해는 모두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갈등이 일어나거나 화가 나고 미움이 생길 때 상대방을 처벌받아야 할 사람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그 문제에 기여한 나의 그림자의 투사를 살필 줄 아는 용기를 가지는 지혜로운 사람, 현명한 사람, 균형 감각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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