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많은데 조선인력은…신발끈 다시 매고 뛰겠다"
"실업자 많은데 조선인력은…신발끈 다시 매고 뛰겠다"
  • 백승태 기자
  • 승인 2019.0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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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협력사협의회 김수복 회장

"불과 2~3년 전만해도 157개 협력업체에서 3만5000여명의 근로자가 현장에서 북적였는데, 87개업체 1만명 안팎으로 줄었습니다. 근로자 3분의2 이상이 직장을 잃고 조선현장을 떠난 셈이죠. 다행이 조선경기가 차츰 되살아나면서 이제 업체수도 90개로 늘었고 근로자도 1만1000여명으로 느는 추세입니다."

삼성중공업 협력사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김수복(57·척추산업 대표) 회장은 조선경기가 그나마 나아지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반면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경기침체로 조선현장을 떠났던 근로자들을 다시 모셔와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안으로 7000여명의 근로자를 추가 채용해야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한 번 조선소와 거제를 떠났던 기능인력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근로자들 사이에서 조선소 협력업체 일이 3D업종으로 분류되는데다 임금 또한 그다지 높지 않아 기능이 뛰어난 인력들이 선뜻 마음을 내지 않는 실정이다. 실업자는 많아도 조선소 협력업체 취업을 희망하는 인력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

이로 인해 김 회장은 1월부터 전국을 투어하며 취업박람회를 열면서 조선소를 홍보하고 현장에서 인력도 채용하고 있다. 조선업이 고위험직종이 아니고 복지수준과 업무강도 또한 타업종에 비해 크게 나쁘지 않아 기술을 익히면 전망이 밝다고 강조한다.

김 회장이 이렇게 전국 투어에 매진하는 이유는 조선소가 되살아나면 거제지역 경기는 자동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소가 살아나면 근로자가 늘어나고, 근로자가 늘어나면 자금 유동성이 나아져 지역상권이 다시 살아나고, 인구가 증가하면 아파트나 원룸촌 공실률 문제 등이 해결되는 등 거제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80년대 초 조선 관련 일을 시작해 서른이라는 최연소의 나이로 협력사 소장을 거쳐 서른둘에 지금의 척추산업 대표가 됐다는 김 회장.

이젠 조선소밥만 35년째라는 그는 요즘이 가장 바쁘고 할 일이 많다고 너스레를 떤다. 회사 일은 접어두더라도 협력사협의회 일에다 취업박람회 전국투어, 각급 학교에서의 강의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일복이 많다는 것.

협의회 회장직을 5번에 걸쳐 10년째 맡고 있고, 조선5사(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사내 협력사 연합회 회장직도 4년째 맡고 있다. 장기집권이라 사양도 했지만 떠밀리다시피 올해 또 회장직을 수락했다. 회사경영이나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기는커녕 고생만 하지만 그렇다고 내팽겨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기집권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을'의 입장인 협력사협의회 목소리를 수렴해 원청사에 제대로 전달하고 해결책을 찾는 직선적인 스타일을 통해 회원사들이 대리만족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며 "앞으로도 항상 근로자와 회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협력사와 원청사가 공정성을 가지며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급한 현안으로 조선물량 외지 유출 문제와 근로자들의 장기근속 문제를 꼽았다. 현재 외지로 빠져나가는 물량이 1조원가량인데 이것만 잡아도 거제는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일명 물량팀이라는 일당직 근로자보다 상시근로자를 많이 고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건에 따라 이직하기가 예사인 물량팀보다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상시근무환경을 마련해야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협력사와 원청사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폐업을 하려해도 퇴직금 정산 등의 문제 때문에 폐업하지 못하고, 업체를 계속 유지하려 해도 적자가 누적되는 현상이 지속돼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협력사가 현재 30%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도 "그동안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 온 덕에 천만다행으로 올해는 조선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협력사 경영진도 신발끈을 동여매고 다시 매진할 각오다"고 말했다.

또 "어렵지만 설을 앞두고 상여금도 정상적으로 지급하면서 근로자와 회사, 협력사와 원청사가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시민들도 조선업이 재도약하고 지역경기 회복에 일조할 수 있게 응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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