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첫 번째 달은 정월(正月)이다. 진시황제의 본 이름은 정(政)이었는데, 시황제는 1년의 첫 달을 자기 이름과 같은 소리가 나는 한자 정(正)을 쓰게 해서 정월(正月)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 년 열두 달은 이월, 삼월, 사월로 숫자를 앞에 넣어 달을 부르다가, 11월이 되면 겨울(冬)이 이른다(至)하여 동짓달이라 한다.

그런데 유독 12월만은 숫자도 한자어도 아닌 우리말로 '섣달'이라고 한다. 굳이 한자어로 말한다면, 나라에서는 종묘와 사직에 제사를 지내고, 민간에서도 금년 농사를 잘 짓게 해 주신 신에게 올해 마지막 제사를 지내는 납일(臘日)이 들었다 하여 납월(臘月)이라 불렀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름은 아니었다.

섣달을 일설에는 '서운한 달'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마치 설을 옛말인 '섧다'에서 그 어원을 찾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짐짓 섣달은 '서운한 달'이라기보다는 '설이 드는 달'이라 하여 '설달'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그 '설달'이 '섣달'로 바뀐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이 설득력을 갖는다. 음운변화는  "술+가락= 숟가락 / 삼질+날=삼짇날 / 이틀+날=이튿날 / 사흘+날=사흗날"처럼 'ㄹ' 과 'ㄷ' 이 바뀌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그럼 12월이 섣달이 될게 아니라 음력 1월이 '설이 든 달' 곧, 섣달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12월이 섣달인가? 하루의 시작은 몇 시부터인가? 밤 12시, 자정(子正)부터 하루가 시작된다고 보는 게 통용된 시간개념이다. 그러나 자축인묘로 시작되는 12지지(地支)로 보면 하루의 시작은 자시(子時)다. 밤11시부터 1시까지가 자시다. 그래서 제사도 이 시간에 지낸다. 그렇다면 11시가 하루의 시작인 셈이다. 따라서 음력 동짓달을 첫 달로 잡아 설을 쇤 적이 있고, 음력 12월을 한 해의 첫 달로 잡아 설로 쇠기도 했다. 그래서 음력 12월을 설이 드는 달이라 하여 '섣달'이라 한 것이다. 후에 음력 1월 1일을 설로 잡으면서도 그전에 음력 12월을 '섣달'로 부르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