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1971년 10월 초순이다. 당시 농가에서 가장 귀중한 필수품이었던 '가마니 짜기 대회'가 거제면 서정리 마을 앞 논에서 열렸다.

이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주머니와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 등 각 읍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옆에는 구경꾼들이 늘어섰다.

가마니는 곡식을 담는 포대로 사용했다. 볏짚으로 새끼를 꽈서 가마니틀에 줄을 매어 놓고 두 사람이 조율을 하면서 가마니를 짠다.

가마니 짜는 틀을 사랑방이나 헛간에 설치 해 놓고 밤을 새워 가면서 가마니를 짰다. 가마니는 곡식을 넣는 포대로 사용하지만, 뚝이 무너졌을 때는 가마니에 흙과 돌을 넣어 쌓아 두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사용되는 필수품이다.

가마니 짜는 기술은 농가에서 가장 쉽게 습득 할 수 있다. 그래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가마니 짜는 일을 할 수 있다.

가마니틀에 새끼줄로 엮어놓고 바디로 좌우로 나눌 때 짚을 바디 아래로 넣어 주면, 바디를 내려쳐서 가마니를 짠다. 바디치는 사람과 바늘대질을 하는 사람이 서로 호흡이 잘 맞아야 쉽게 짜진다. 바늘 잽이가 바늘대에다가 짚을 물려 가마니틀에다 찔러 넣으면, 보디치는 사람은 보디를 '쿵쿵' 아래로 내리치면서 가마니 바닥을 다진다.

농가에서는 누구나 가마니 짜는 선수가 된다. 안보일 정도로 바늘대가 빠르게 들랑날랑 하고, 보디가 내리박히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가마니가 완성이 된다. 잘하는 사람은 한 시간에 한 장씩 짜낸다.

짚을 사용하기 때문에 온 방안에 먼지가 풀풀 날린다. 가마니를 짜다보면 콧구멍이 매캐하다. 그런 공기 속에서도 그 당시 농민들이 다 건강하게 산 것은 어려운 농촌생활에서 면역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보리죽도 한 그릇 제대로 못 먹고 살 때 굶는 것이 생활의 근본이라 할 만큼 가난했다. 그런 생활이 1970년 중반까지 계속됐다.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고 하던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정신으로 부강한 나라가 됐다.

그 어려웠던 고비를 넘기며 살았던 그 시절이 가마니 짜는 모습을 보면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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