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 앞둔 막둥이 박희창 마술사
전주국제매직컨벤션 마술대회 우수·특별상 2관왕 차지

"손에 있던 물건이 사라지고 빈손에서 갑자기 꽃다발이 튀어나오면 아이들이 격하게 반응합니다. 어리둥절하면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면 저절로 신바람이 나고 기분이 업 됩니다."

늦깍이 마술사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박희창(68·옥포동)씨는 요즘 신이 났다. 뒤늦게 접한 마술을 배워 어린이집이나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동료들과 함께 마술 공연을 하고 온정을 나눌 때면 삶에 활력이 넘치고 자긍심도 되살아난다고 했다.

지난 12일에는 대한민국 청춘마술연합회가 주관한 제3회 전주국제매직컨벤션 마술대회프리미엄 부문에서 우수상과 특별상을 차지하며 2관왕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첫 출전한 대회에서 큰 상을 받아 마술에 대한 의욕이 더욱 올랐다. 박씨는 이번 대회에서 딜라이트 및 보틀을 이용한 마술을 선보였다.

박씨가 마술의 묘미를 느낀 것은 옥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 중인 병아리마술단에 들어가면서다. 65세 이상 어르신 7명으로 구성된 병아리마술단은 전문강사인 박문숙 마술사의 강의를 받으며 신기한 마술의 맛을 깨우쳐 간다.

70~80대로 구성된 7명의 단원 중 유일하게 60대인 박씨는 마술단에서 '커피담당'으로 통한다. 자신도 고희를 앞둔 나이지만 단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인 덕에 커피를 타서 가져다 받쳐야 되고 궂은 일도 앞장서야 한다. 그렇다고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좋아서 하는 일이라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는다.

30년의 직장(대우조선해양)생활을 마감하고 옥포복지관에서 뒤늦게 마술을 배우고 있는 박씨. 그가 마술을 배우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봉사를 위해서다. 마술을 하면 어린이집이나 양로원 등을 찾아가 마술을 통해 그들과 함께 즐기며 정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져 이젠 어린이집 공연을 통해 아이들에게 천진난만한 웃음을 선사하고, 양로원 공연을 통해 위로와 정을 나눌 수 있게 됐다.

신출내기 마술사이지만 전문강사의 도움으로 이제 제법 마술사 흉내를 낸다는 박씨. 가정에서는 손자들에게도 인기가 으뜸이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할아버지, 마술 보여주세요" 또는 "어~이 친구, 마술 한 번 해봐라" 등의 말을 들을 때면 쑥스럽기도 하고 더 연습해 멋진 마술사가 되겠다는 다짐도 한단다. 다만 전문 마술사가 아닌 관계로 마술 도구가 부족해 배우고 싶은 마술을 마음대로 배우지 못하고 공연에도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있어 다소 안타깝다며 아쉬움도 전했다.

그러나 복지관의 지원과 박문숙 강사의 가르침에 대한 열정 및 헌신적인 도움은 마술사로서의 희망을 이어가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큰 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한 것도 복지관과 강사의 도움 덕분이라고 수상의 영광을 돌리기도 했다.

2016년 결성된 병아리마술단은 마술에 관심 있는 65세 이상 지역 노인들이 마술을 배워 지역 사회복지기관 등에 공연을 통해 봉사하는 사회참여단체다. 지난해에는 지역 어린이집 등에서 일곱 번이나 공연을 하는 등 왕성한 공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양로원 공연의 경우 신기하다는 일반적인 반응과 함께 '찾아와 줘 고맙다'라는 어르신들의 인사말이 가슴에 남는다는 박씨는 올해도 단원들과 함께 다양한 마술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인생 느지막하게 배운 마술에 흠뻑 빠진 박씨. 그는 "나만의 독특한 마술을 연마해 공연하는 것이 꿈이다"며 "재미나고 신기한 마술을 통해 관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면서 위로가 되는 아마추어 늙은 마술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병아리마술단과 마술공연에 관심 있는 기관이나 단체는 옥포종합사회복지관으로 연락하면 된다면서 마술과 더불어 거제시민 모두가 마술 같은 멋진 생활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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