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일이 되면 나라에서는 종묘와 시작에 제사를 지내고, 민간에서도 금년 농사를 잘 짓게 해준 신에게 올해 마지막 제사를 지낸다. 이를 납향(臘享) 또는 납제(臘祭)라 한다. 납일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지켜오다가 조선시대부터는 동지가 지난 후 세 번째 맞는 미일(未日)을 납일(臘日)로 정했다. 올해는 양력 1월22일이 납일이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이날 제사에 쓸 음식으로 산돼지와 토끼고기를 올렸는데, 납(臘)은 사냥한다는 엽(獵)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냥을 한 짐승을 제수로 쓴 것이다. 납일 무렵이 되면 서울 근교에 포수들이 모여 나라에 진상할 동물을 잡는다고 장사진을 쳤다. 더구나 지방관아조차 사냥꾼을 동원하는 폐단이 있자 정조는 이 제도를 폐지시켜 버렸다. 납일이 되면 내의원에서는 각종 환약을 만들어 올리면 임금은 이 약을 조정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민가에서는 납일 밤이 되면 참새를 잡아 구워 먹는 풍습이 있었다. 사람들은 사다리를 놓고 초가지붕 처마 속에 집을 짓고 사는 참새를 잡느라고 야단이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손전등이 보급되어 둥지에 불을 비추면 참새가 눈이 부셔 꼼짝 못하고 잡혔다. 납일 무렵의 참새고기는 통통하고 살이 오른 것이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소고기 열 점하고 참새고기 한 점하고 안 바꾼다'라거나, 이날 참새는 '황소 한 마리보다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납일에 아이들이 참새고기를 먹으면 일년 내 병에 걸리지 않고 침을 흘리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었다.

납일에 내린 눈(雪)은 약으로 쓰였다. 납일에 내린 눈을 받아 깨끗한 독 안에 담아 두고, 그 물로 책이나 옷에 바르면 좀이 먹지 않았다. 김장독에 넣으면 김장의 맛이 변하지 않아 오래 저장할 수 있었고, 안질을 앓는 사람이 눈을 씻으면 효과가 있다. 또한 납일 저녁에는 엿을 고는 풍습이 있었다. 꿀과 엿에서 주로 당분을 취하던 시절이라 엿은 매우 소중했다. 납일에 고운 엿은 약으로 쓰였다.

납일이 들어 있는 달이라고 해서 음력 12월을 납월(臘月)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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