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두철 거제아동병원 원장
강두철 거제아동병원 원장

필자는 뇌전증(腦電症·epilepsy)에 관해 몇 차례 본지에 얘기했지만, 다가오는 세계뇌전증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쉽게 정리해보려 한다.

뇌전증이란 두 번 이상의 비유발적 발작이 적어도 24시간 이상의 간격으로 재발하는 것을 말한다,발작(seizure)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증상(의식소실·운동장애 등)을 말한다.

발작은 '외부에서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힌다'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며 뇌전증은 '신에 의해 발생해 특별한 치료가 없다'는 어원을 가지고 있으며 '신성한 병'으로 불리어 금기의 병으로 숨겨 왔다. 이후 기원전 350년경 히포크라테스가 '원인을 모른다 하여 뇌전증을 더 이상 신의 탓만으로 돌리지마라'고 설파한 이후 과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뇌전증이라고 하면 숨기고 터부시하는 성향이 강하게 남아 있어 보편적인 치료를 통해서 사회로 복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 죄와벌의 러시아 문호 도스토옙스키, 프랑스의 나폴레옹,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노벨 등도 뇌전증 환자였으나 인류사에 족적을 남긴 삶을 살았다.

뇌전증의 원인을 보면 첫번째로 뇌에 국소적인 병변이 있는 경우, 예를 들면 뇌종양·뇌졸중·혈관기형·뇌염·저산소증·뇌외상 등이 뇌를 자극해 국소적인 발작을 일으키게 된다.

두번째로 특발성 뇌전증으로, 원인을 명확히 찾을 순 없지만 유전적인지가 관여하지 않나 추측된다. 대개 소아 100명 중 3명 정도가 뇌전증을 앓으며 65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 젊은 사람보다 많아서 매년 1만명당 15명이 새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는 약 30만명의 뇌전증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3만명정도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뇌전증은 의식소실의 유무나 신체의 일부에서 시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등에 의해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분류를 하고 있다. 그러면 뇌전증은 어떻게 진단을 할까? 첫 단계로 중요한 것은 발작자체에 대한 병력청취로 일반적인 과거력을 포함한 문진(問診)이다. 발작의 양상 등을 병력청취를 통해 뇌전증을 진단하게 되고 뇌전증의 유형을 결정함으로써 치료약물의 선택과 예후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자세한 병력청취가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필수적인 검사인 뇌파(EEG)와 자기공명영상(MRI)을 시행하는 것이다. 뇌파를 통해 뇌전증파를 발견함으로써 뇌전증을 확진할 수 있으며 주기적인 뇌파검사를 통해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과 약물치료의 지속여부를 결정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뇌 MRI는 증후성이라고 부르는, 앞에서 얘기한 국소적인 병변을 찾는데 필수적이고도 중요한 검사이다. 뇌 MRI에서 뇌병변을 찾아내는 것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지, 수술을 하게되면 어떤 수술을 해야될지, 수술 후 예후가 어떻게 되는지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그외 비디오-뇌파검사, 단광자방출전산화단층촬영(SPE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을 통해 뇌전증의 병소를 찾아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치료로 들어가서 보면 제일 중요한 것은 약물치료이다.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는 뇌전증 환자들의 약 60% 이상은 발작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약 20%정도는 수개월에 한 번 정도 드문 발작을 보인다.

보통 한 가지 항경련제로 시작해 적절한 유지용량으로 2~3년 이상 복용하게 되며 약물의 효과에 따라 최대용량까지 증량할 수 있으며 만족스러운 효과가 없다면 다른 항경련제를 추가하거나 바꿔 치료하게 된다. 전체 뇌전증 환자의 약 20% 정도는 여러 항경련제를 복합해 복용해도 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또는 치료불응성 뇌전증 환자다.

이 경우 케톤생성 식이요법(ketogenic diet)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되며 특히, 뇌의 해마(海馬·hippocampus)에 원인이 있는 경우 수술을 통해 70% 이상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비교한다면 이들보다 훨씬 잘 낫는 병이다. 한 가지 더 얘기한다면 유전 성향이 강하지 않으며 미국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부모가 둘 다 뇌전증 환자라도 아이들에게 뇌전증이 유전될 확률은 10%정도로 보고 있다.

이처럼 뇌전증은 수천년 전부터 인식되어진 '신의병', '불치병'이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질환의 한 종류일 뿐이다. 뇌전증환자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따뜻한 눈으로 봐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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