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라면서 작아서 못 입고 못 신게 된 옷·신발들을 깨끗이 정리해 집 앞에 있는 의류수거함에 넣은 강하늘(33·거제면)씨. 몇번 입거나 신지 않은 것들이라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내져 재활용이 될 것으로 생각하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며칠 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헌옷 기부와 관련해 의류수거함 얘기를 했더니 지인이 '헌옷수거함의 숨겨진 비밀'이 있다면서 몇년 전 방송에 나온 내용을 얘기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2016년 1월 몽골유학생이 추위를 견디다 못해 의류수거함에서 옷을 꺼내 입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 의류수거함은 실제 개인사업자가 설치한 개인 사유물이었고 결국 몽골 유학생들이 특수절도죄로 체포된 사건이었다.

불우이웃들을 위한 의류수거함인데 추위에 떨던 이들이 옷을 꺼내 입었다고 체포됐다는 소식은 그 당시에도 큰 논란이 됐고, 이후 헌옷을 모아 자선단체에 직접 기부하거나 고물상에 팔아 수익금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했다.

옷이나 신발 상태가 대부분 멀쩡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기부를 목적으로 의류수거함을 종종 이용했는데 실제로는 기부가 아니라 개인업자들만 배부르게 했다고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착찹한 심정에 지역 골목·아파트 동마다 설치돼 있는 의류수거함의 실태를 알고싶어 거제시에 문의를 했다. 의류수거함을 설치하려면 공공장소는 거제시에, 아파트처럼 개인사유지는 아파트관리사무소에 일시점유 사용승인을 받고 설치해야 한다고 한다. 또 공공장소는 2000㎡ 이상 되는 고물상만 사용승인 대상인데 거제시에는 큰 규모의 고물상이 없어 관리대상 자체가 없다고 했다.

때문에 거제시내에 설치된 의류수거함 개수는 파악되지 않고 70% 이상이 개인사업자가 영리목적으로 무단설치한 사유물이며, 수거된 의류는 고물상에 판매되거나 수출돼 개인의 이익금이 된다고 덧붙였다.

거제시가 관리하는 것은 주위가 지저분하며 관리가 되지 않는 의류수거함이다. 신고가 접수되면 스티커를 붙여 시에서 수거·보관했다가 자원순환시설에서 처리한다. 2018년에는 수거함 약 70개가 처분됐었다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헌옷수거함의 옷들이 개인의 사익이 아닌 불우이웃들에게 쓰인다고 알고 있고, 또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는 기부라고 알고 있다.

앞으로는 누군가를 돕고자하는 마음으로 헌옷을 내놓는다면 가까이 설치돼 있는 개인 소유의 의류수거함이 아니라 번거롭겠지만 봉사센터를 이용해 기부하자.

거제자활센터로 전화하면 일정한 시간대를 정해 직접 수거를 하러 온다. 수거된 옷들은 사등면에 있는 거제자활센터 두동작업장에서 선별해 사천자활기업을 통해 판매가 되고 그 수익금은 거제시의 어려운 이웃들의 자활을 위해 사용된다.

또 거제YWCA 내 거제아나바다재활용센터에 직접 헌옷을 가져다주면 단체에서 판매해 장학사업에 사용하기도 한다.

내가 내놓은 헌옷은 몇벌이지만 거제시 전체로 보면 엄청난 양일 것이다. 수고롭고 번거롭더라도 어려운 이웃들에게까지 나의 기부가 미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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