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며칠 후면 2018년 성탄절입니다. 매년 12월이 되면 거리거리마다 추리 장식이나 캐럴 송으로 온통 요란한데 몇 년 전부터 그 들떠 있는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과거의 들뜬 분위기보다 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마저 주변의 썰렁한 분위기에 묻혀 구주탄생의 성탄절을 무의미하게 보내게 될까 조금은 염려가 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럴 때일수록 조용한 가운데 성탄절의 참된 의미를 깊이 되새겨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성탄절의 정신(Christmas Spirit)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성탄절'이라고 하는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성탄절을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절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탄절이라고 하는 영어식 표현인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는 메시야 되시는 Christ(그리스도)라는 말과 Mass(미사)라는 단어의 합성어로서 '미사'의 의미는 "경배와 예배"를 뜻하는 말입니다. 즉 성탄절인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 되시는 아기 예수님께 예배하며 경배하는 날"이요, "인류의 구원자로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께 영광을 돌리는 날"입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이 땅에 탄생하신 2018년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성탄절의 거룩한 정신을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성탄절의 정신은 "비움과 포기"입니다. 예수님은 본래 하나님이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영광의 보좌를 포기하시고 육신의 몸을 지니신 인간의 모습으로 탄생하신 사건, 이 성탄절은 절대자 되시는 하나님께서 자기 비움과 자기 포기를 몸소 실천하신 사건입니다.

하나님께서 시공의 제한을 받는 인간이 되신 사건은 하나님으로서 고유한 신성 자체를 완전히 버리셨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전히 하나님이시지만 그 영광과 존귀를 포기하고 유보하셨다는 뜻입니다. 그 대신 종의 형체를 지니신 인간의 비천한 몸을 입으셨습니다. 즉 신성은 그대로 가지고 계시면서 자발적으로 인성을 입으신 비움과 자기 포기를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이 비움과 포기의 목적은 인간에게 사랑을 베풀기 위함이었습니다. 죄인된 인간에게 의를 주시기 위해, 부요함을 주시기 위해, 기쁨을 주시기 위해 비움과 포기를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성탄절의 정신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나를 비우고 포기하면서 남을 채우게 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예수그리스도의 사랑과 은혜로 채움 받은 우리 성도들은 이제 주님을 위해서, 우리 주변에 있는 이웃을 위해서 스스로 비워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복음, 물질, 재능 등 모든 것들이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쓰여 지도록 나의 욕망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이것이 성탄절의 정신입니다.

둘째, 성탄절의 정신은 "낮아짐과 겸손"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위치를 낮추셨습니다. 하나님의 자리에서 스스로 사람의 모습으로 낮아지셨습니다. 사람 중에서도 가장 낮은 자로, 왕비의 몸을 통해 탄생하신 것이 아니라 하찮은 시골 처녀의 몸에 잉태되셨습니다. 왕의 아들로 탄생하신 것이 아니라 낮고 천한 목수의 아들로 입적되셨습니다. 왕궁에서 탄생하지 않으시고 말구유에서 탄생하셨습니다.

일평생 머리 둘 곳도 없이 떠돌아 다니셨으며, 마지막에는 십자가 사형 틀에 달려 중죄인의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가야만 했습니다. 하늘나라 영광의 자리에서 이 세상 가장 낮은 곳,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데까지 낮아지신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우리 인류를 섬기기 위함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누가 큰 사람인가하는 문제로 논쟁을 하고 있었을 때 인자는 섬기기 위해서 오셨다고 말씀하셨고, 섬기는 자가 진정 큰 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섬긴다'는 것은 '겸손함'을 전제로 하는 말입니다. '겸손'이라고 하는 말은 라틴어로 humilitas라는 말로서 영어의 humility가 바로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이 단어의 어원인 humus라는 말은 '땅'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땅은 온갖 것을 다 받아 줍니다. 더러운 것, 썩은 것, 추한 것 등,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땅을 통하여 생명의 역사가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뿌리를 내리고, 싹이 돋고, 줄기가 올라오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어집니다. 그 근거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서 내려 주는 생명의 에너지가 땅에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정말 겸손한 사람, 섬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예수님처럼 아주 높은 분이지만 스스로 낮아진 자입니다. 하나님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날마다 생명의 은혜를 받아 누리는 사람입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겸손하지 못하고 섬기지 못할까요? 그것은 자기 스스로 충분히 낮아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가운데 하나님의 자녀로서 존귀해지고, 은혜로 충만해진 체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높아지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남을 섬기기보다는 남을 밟고 올라가려고 합니다. 이것은 세상의 질서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의 질서가 아닙니다. 성탄절이 정신이 아닙니다. 성탄절의 근본정신은 스스로 낮아져 섬김을 몸소 실천하는 것입니다.

2018년 성탄절이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대우와 삼성, 양대조선소 불황으로 우리 주변에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이 많이 있습니다. 성탄절의 정신을 바로 이해하고 2018년 성탄절을 의미 있고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모든 성도들과 시민들이 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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