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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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신문
  • 승인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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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장밋빛 내일을 기대하던 고(高) 성장기가 막을 내렸다. 디플레이션 시대로 이행하면서 '욜로'라는 신조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단 하루만 살 수 있다면,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그때에도 오늘과 같은 일상을 보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삶의 우선순위를 바꿀 것이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욜로는 '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을 줄인 약자, 즉 '한번 뿐인 인생'이란 뜻이다. 당장 지구의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오늘을 살자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자주 들린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가 2016년 2월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 케어'의 가입을 독려하기위해 만든 2분짜리 영상에 이 단어가 등장한다. 정책을 알리기 위해 대통령이 스스로 셀카봉을 들고 코믹한 표정을 지으며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연출하다가 마지막에 'Yolo Man'이라고 말하며 웃는다. 정책 홍보라는 진중한 역할을 유쾌하게 풀어낸 이 영상에서 욜로는 한 번뿐인 당신의 인생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이후 미국에서 '욜로'라는 말이 다시 한 번 화제로 떠올랐다.

원래 '욜로'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주로 대화 중 주제를 전환할 때 던지는 말이었는데, 2011년 인기 래퍼 드레이크의 노래에 등장하며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라'는 의미가 재조명되면서 젊은 층이 즐겨 쓰는 유행어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이 표현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tvN 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의 아프리카 편에서였다. 아프리카 여행 중에 혼자 캠핑카를 끌고 여행 중인 한 금발의 여성을 만났는데, 혼자서 아프리카 여행하다니 대단하다고 칭찬했더니, 그 외국 여성이 "Yolo"라고 화답했다. 이때 "여행을 통해 이렇게 또 하나 배우게 됐다"며 감탄했다.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서 예상치 못한 기쁨과 깨달음을 얻어가는 청춘여행의 묘미가 '욜로'라는 메시지와 만나 제대로 빛을 발했던 것이다.

홀로 사막을 여행하던 여성이 건넨 욜로, 미국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건넨 욜로,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욜로, 그 상황과 의도는 다르지만 '단 한 번뿐인 삶'이라는 단순하고 명쾌한 가치는 동일하다.

욜로는 지극히 감각적이고 현재지향적인 소비로 나타난다. '현재를 즐기라'는 의미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하나의 삶의 태도에 대한 격언이라면, 욜로는 그러한 현재 지향성의 라이프스타일 버전인 셈이다. 욜로는 변화보다는 안주를, 도전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문구다. 욜로 라이프의 정석은 무한도전이다. 스스로 진정한 욜로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면 자칫 위험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을 즐기는 것은 반드시 미래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탕주의와 욜로는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고 싶은 무엇을 당장 해보는 것, 그것을 온전히 즐기는 것, 내가 나를 사랑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 내일 당장 눈 감아도 여한이 없도록 나를 위해 사는 것. 간혹 이 '욜로'라는 표현은 쓰고 싶은 사람 마음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당장 지르고 싶은 충동구매를 참지 못해 지름신이 강림한 것을 '욜로'라고 외친다든지 무엇보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는 핑계로 '욜로'라고 답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상 '일탈' '과소비' '포기'라고 해야 할 말을 '욜로'라고 포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욜로 소비는 단순히 물욕을 충족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이상을 향한 실천인 셈이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 잉여라고 느껴지던 죄책감에 과감하게 반기를 들고 직접 해보는 욜로족들이 늘어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마케팅은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재정립할 수 있는 체험중심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2017년 한국 시장에서 관찰되는 욜로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나 '사고 싶은 물건 지금 사세요'와 같은 단순히 충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후회 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라는 삶의 철학이자 현실을 직시하는 소비와 문화의 트렌드로 퍼져나가고 있다.

높은 이자와 물가 상승률을 경험했던 고성장기가 막을 내리고, 더 효율적으로 소비하고 누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현대인들의 마음을 느리지만 강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 아날로그적인 가치가 불러일으킬 변화는 어떤 것일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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