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주민공청회 지난 4일 상문동 주민센터서 열려
한전, 기존 계획만 설명...동민의견 '검토하겠다'만 반복

상문동민 측 반대로 무산됐던 '통영~아주 송전선로 공청회'가 열렸지만 상문동민들이 수년 동안 주장했던 송전선로 지중화에 대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 재확인됐다.

상문동민들은 일관성 있게 주장한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에 따른 사업규모나 사업경로 등 구체적 검토 없이 일방적 '밀어붙이기식'에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4일 상문동주민센터에서 '통영~아주 송전선로 공청회'를 상문동민 상대로 열었다. 지난 10월24일 공청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사업에 반대하는 의미로 동민들이 불참하면서 무산된 이후의 만남이었다. 공청회에는 한전 관계자와 상문동민 70여명이 참석했다.

공청회 토론자 자리에는 한전 측 입장만 대변하는 찬성 측의 6명만 참석했고 반대 측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김양수 한전 남부건설 차장은 "반대 입장을 모시려고 했지만 상문동 송전탑 지중화추진위원회(이하 상문동 지중화추진위)에서 불응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 상문동민들은 '송전탑 세우지 말고! 학교를 지어달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반대 의사를 강조했다.

특히 한전 측에서 가공철탑과 상문동 주거공간의 이격거리를 설명할 때는 야유가 쏟아졌다. "생각하는 것보다 가깝지 않다"는 발언에는 헛웃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전에서 준비한 사업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이어졌다. 손진일 상문동 지중화추진위원장은 "추진위가 세워지기 이전부터 상문동민들이 주장하는 것은 단 하나다. '지중화를 해달라'"라며 "하지만 오늘 사업은 수년 전, 불과 10개월 전에 했던 얘기에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동안의 간담회는 무용지물이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장준 상문동지중화추진위 사무국장은 "한전은 매번 전기사업법 72조만 거론하면서 '안 된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한다"며 "안 된다면 왜 안 되는지 구체적인 설명도 없고, 지중화를 했을 때 사업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인 검토도 없이 안 된다고 설득하려고 했다면 잘못이다. 제대로 검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지중화에 대한 수요는 어느 지자체나 다 높아 규정에 의해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지중화를 하려면 지질 분석 용역이 진행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이 높아 쉽게 접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원론적이고 변경 없는 답변에 대한 비판이 2시간 넘게 이어지자 공청회 주재를 맡은 장정규 동원과학대학 교수는 "주민들은 지중화를 얘기하는데 원론적인 답변만 하는 것도 옳지 않다"며 "상문동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만을 두고 공청회가 재차 열려서 이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펼쳐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중재했다.

한전 측과 상문동 지중화추진위도 장 교수의 의견을 수용해 연내로 상문동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 가능성만을 두고 간담회나 공청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한편 시 조선경제과는 상문동 공청회 이후 한전 측에 지중화사업을 진행하게 될 경우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에 대해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시 관계자는 "대략적이라 할지라도 확정 예산을 받고 자료에 따라 예산 분배를 실질적으로 의논할 수 있는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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