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합창대회서 인기상을 탄 거제시두바퀴합창단 김명자 단장

두 살 때 뛰어다니다 발을 헛디뎌 신경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목발없이는 걷지 못하는 지체2급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김명자 단장. 그는 오늘도 종합사회복지관에 출근해 씩씩하게 매점일을 하고 왔노라며 웃는 달콤쌉싸름한 유자차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거제시두바퀴합창단의 단장이다. 지난 11월 서울에서 열린 전국장애인 합창대회에 29명의 단원을 이끌고 참가해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로 당당히 인기상을 거머쥐었다. 또한 지난 10월 진주에서 열린 '2018 전국 장애·비장애인 문화예술경연대회'에서 전체대상을 받기도 했었다.

거제시두바퀴합창단은 장애인 28명과 비장애인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성이 70%이고 중증·경증 장애인이 50%씩이다. 직장인·주부·어린이집교사 등 비장애인들의 직업도 다양하며 대부분 합창은 처음인 그들이다.

여자는 소프라노와 남자는 알토로만 나눴고 전자오르겐 반주자와 지휘자의 지도에 맞춰 매주 월요일 저녁7시부터 8시까지 거제시공공청사 중회의실에서 연습한다. 

김 단장은 "4년차 단장을 맡고 있다. 올해 공공청사에 사무실을 터잡기까지 힘든 고비도 많았다"면서 "책·걸상과 책장 등 전부 기증을 받거나 중고품으로 구색을 갖췄다. 살림살이를 도맡아 줄 분이 없어서 일을 마치고 짬짬이 배워가면서 서류정리를 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해낸다"며 활짝 웃는다.

그는 알뜰 살림꾼으로도 유명하다. 작년 전국대회 출전을 앞두고 단복이 모자라 애를 먹다가 버스비를 후원받았다. 그 버스비 지원금 100만원으로 부산 진시장 뒷골목을 누비며 15만원에 6벌을 장만하고 와이셔츠·넥타이까지 덤으로 마련했다. 또 작은음악회나 각종 후원금을 아껴뒀다가 서울 전국대회에 출전할 때 간식을 마련하기도 했다.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김 단장은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40대초반에 결혼해 슬하에 딸만 둘을 뒀다. 지금은 모두 결혼했고, 현재는 작은딸과 손자와 함께 연초면에서 살고 있다.

2008년 늦깎이 공부를 시작해 창신대학교를 졸업했고 사회복지사·보육교사·심리상담사·바리스타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07년 부산 생활을 접고 방이 여러개인 큰 집을 지어 놓고 나들이가 힘든 장애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누구라도 와서 쉬고 먹고 자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꿈을 안고 거제로 왔다.

그해 장애인일자리에 도전해 연초면사무소에서 10여년 간 근무하면서 장애인·노인 등 상담과 걸음이 힘든 명동·천곡마을 등 일일이 집까지 태워다 드리기도 했다.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단 들어와서 해보자'가 중요합니다. 연습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

김 단장은 "처음 단원 모집차 팜플렛·펜꽂이를 만들어 장애인단체 등에 알렸는데 효과가 없었다. 90%가 노래를 못한다고 거절했다. 지금도 눈에 보이는 분들마다 합창을 권한다"면서 "노래 잘하는 분은 원하지도 않는다. 처음 오면 고음·저음도 몰라 헤매는데 2년차 되니까 고음도 척척 알아서 찾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힘들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노래로써 삶의 활기를 되찾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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