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거제 조선산업,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⑤]중국 조선산업 운영전략도 벤치마케팅 필요
가격 경쟁력 내세우며 세계 1위 자리 차지했던 중국
기술력에서 한국에 밀려나며 최근 수주 계약 휘청
구조조정·통합·경영전략 추진 등 신속한 의사결정은 장점

올해 우리나라 조선 산업이 7년 만에 중국을 누르고 연간 수주량에서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누적 수주량에서 한국은 950만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톤수)로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2위 중국은 651만CGT로 3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조선업이 기술력과 품질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한국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과거 호황기와 비교했을 때 발주량이 적어서 '조선업의 부활'이라고 지칭하기는 이르지만 LNG 운반선·초대형 유조선 등 기술력이 중요한 고부가가치 선박들이 주로 수주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어떻게 세계 1위에 올랐었나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저렴한 인건비와 자재를 무기로 전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조선업계에서는 "중국 등이 주도하는 저가 수주경쟁에서 밀려 국내 조선 주요 입찰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1위에 오른 현상이 일시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이유도 언제 가격 경쟁에 또 다시 밀리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수주잔량(남은 일감)은 중국이 2780만CGT로, 한국(2060만CGT)을 훌쩍 앞선다. 게다가 국내 조선업계는 조선업과 철강업이 자재비 인상을 두고 힘겨루기까지 하고 있어 가격 경쟁에서는 중국이 당분간 계속해서 우위를 차지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세계금융위기 이후 선박 발주가 줄면서 선박 가격은 내려가고 중국의 인건비가 오르면서 중국 조선소의 재무구조가 무너졌다. 지난 2008년 이후 2011년을 제외하고는 선박 발주량 1위를 굳건하게 지키던 중국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우수한 가격경쟁력을 발휘했던 중국 조선업이 몰락의 분위기가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도 중국이 1위를 되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 조선공업그룹공사에 따르면 중국 내 1위 조선소인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은 2014년에 총 46개의 조선해양플랜트 관련 기업과 26개의 과학연구소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일감이 있는 조선소는 10개 뿐이다. 중국 2위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도 2014년에 총 23개의 조선소가 있었지만 10개의 조선소만 일감이 남은 상태다.

게다가 생산성은 개선되지 않은 채로 인건비만 계속 오르다 보니 위기가 왔다.

당초 중국 조선업 근로자들은 한국의 4분의 1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 남부 지역 조선소를 중심으로 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인건비를 절감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의 한 조선소 관계자는 "10년 전보다 임금이 2배는 더 올랐다"며 "3년 전엔 선박 건조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정도였는데 최근엔 15% 정도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산업 관계자는 "한국 노동자 1명이 할 일을 중국 노동자들은 2명이 해야 할 정도로 생산성에서 차이가 난다"며 "중국은 인력을 2배나 써야 하기 때문에 선박건조 비용 기준으로 보면 중국 임금은 한국 임금의 2분의 1 수준이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두 번 고용하거나 연속 10년 이상 고용하면 종신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조선사들은 장기근속을 안 시키려고 해 근로자 숙련도가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서 우위 차지한 중국...기술력에서 결국 밀려

중국에 있는 조선소의 약 75%가 올해 들어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전 세계 선박 수주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에서는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술력, 품질이 점점 중요해져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의 저가 전략이 한계에 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한국 조선업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수주에서 경쟁국들에게 우위를 점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지난 9월까지 187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해 올 한 해 목표치(287억달러)의 69%를 달성했다. 이 중 대부분이 고가인 LNG 운반선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을 각 12척, 10척씩 수주했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LNG선 16척, 액화석유가스(LPG)선 12척, 에탄 운반선 3척 등 가스선 31척을 수주했다. LNG선 수주량이 늘어난 것은 미국 셰일가스 수출 증가,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중국과 인도의 LNG 수입 증가 등의 영향이 크다.

게다가 중국이 만든 LNG선이 바다 위에 멈춰 서는 등 문제를 드러낸 것도 한국의 'LNG선 싹쓸이'에 일조했다.

예를 들면 지난 6월 중국 푸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 운반선 'CESI 글래드스톤'호는 호주 해상에서 엔진 결함으로 바다 위에서 섰다. 운항이 중단된 이후 2개월 이상을 바다 위에서 점검을 받았다.

조선업 관계자는 "첨단 선박은 '아직 중국의 기술력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선주들 사이에 퍼져 있다"며 "고부가가치 선박들의 수주가 늘어나면서 우리 조선 3사의 현금 흐름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조선공업그룹공사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이 가격 경쟁력으로만 승부한다는 것은 오산"이라며 "우리의 장점을 잘 살려 다시 세계 1위 조선업으로 살아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최대 장점,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선주사 신뢰도 상승

과도한 저가 수주로 중국 조선업계의 적자가 늘어나자 중국 정부도 자국의 양대 조선업체인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과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의 합병을 사전 승인하면서 내실을 기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세계 경기 변동과 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자 국가 차원에서 나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상당 수 조선소가 국영기업이거나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운영되고 있어 구조조정이나 통합, 경영 전략 추진 등에 있어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한 구조다. 신속한 의사결정은 중국이 갖고 있는 큰 장점이다. 선주사와의 계약에서 신뢰를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 조선공업그룹공사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을 이끌어가는 중국선박중공업집단과 중국선박공업집단이 흔들리면 20여년동안 힘들게 한·일 뒤를 추격했던 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며 "세계경기에 휩쓸리지 않고 중국으로부터 시작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국가적으로 모색하고 있어 새로운 조선산업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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