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날아오르지 못한 이유
나비가 날아오르지 못한 이유
  • 김미광 칼럼위원
  • 승인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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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달포 전, 친구 하나가 뜬금없이 물었다.

"얘, 1학년 때 전교 백 몇 등인가 하던 애가 2학년 때 갑자기 전교 1등을 할 수도 있니? 니 교직 경험으로 비춰볼 때 말이야." 뉴스를 잘 안 봐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몰랐던 내가 심드렁하게 대답하길, "에이, 그건 거의 불가능하지. 성적이란 게 공부하면 오르긴 하는데 단계를 거쳐서 오르지 갑자기 그렇게 전교 1등하고 그렇진 않아."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뉴스를 보니 숙명여고 쌍둥이 얘기라는 것을 알았다. 교직에 30년 정도 있으면서 부정행위를 몇 번 다루어 본 적이 있고 평생 있었던 직장이 학교라서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은 내게 매우 관심이 가는 사건이었다.

내가 학교에 있을 때 주로 맡은 업무가 평가관련 업무였다. 그래서 뉴스에서처럼 평가를 주관하는 부서의 교사나 결재 라인에 있는 부장교사가 독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험지 한 두 장 빼내거나 복사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솔직히 한 눈에 아버지와 두 딸이 공모했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평가업무 외 다른 업무를 맡은 교사나 부장교사가 다른 과목 시험지를 빼내는 것은 진짜 불가능하다. 이건 교감, 교장도 마찬가지다.)

물론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오를 수도 있지만, 30년 교직 생활에 한 번도 그런 학생을 만나보지 못한 나로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중간 성적이었던 학생이 갑자기 전교 1등을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안가는 변명처럼 들렸다. 그것도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에서.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는 결국 구속이 되고 경찰이 제시한 증거를 보면 두 아이가 시험지에 적어놓은 정답들,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한 결과 영어 정답이 적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과인 큰 딸이 화학 서술시험에서 전교에서 유일하게 수정 전 정답을 적어낸 것 등. 정황증거는 가득한데 부녀들은 직접적인 증거를 대라고 말한단다. 이런 일에서는 직접적인 증거를 대기가 힘들다. 다 한 가족이라서 서로를 배신해서 혼자만 자백을 할 일도 없을 테고 다들 말만 맞춰 끝까지 부인하면 그만이다.

혹자는 숙명여고 사건은 우리나라 대학 입시 제도와 학벌주의가 만들어낸 문제라고 하나 나는 그 전에 그 아버지에게 묻고 싶다. 사랑스런 두 딸들이 과도한 내신 경쟁을 치르는 것이 안타까워 좀 더 쉬운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부모 마음은 능히 이해하지만 부정행위는 남의 것을 속이고 훔치는 행위라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그래서 부정행위의 영어표현은 'cheating' 이다. 속인다는 말이다. 그런 속임수로 남의 자리를 빼앗아 그 자리를 딸들에게 주고 싶은지. 그래서 그 자녀들이 평생 평안하고 행복하길 바라는지 말이다.

나비가 아름다운 날개 짓하며 하늘로 날아오르기까지 그냥 가만히 앉아서 나비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번데기에서 너무도 힘겹게 몸부림치면서 나비가 되어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나비가 안타까워서 고치를 사람이 손으로 벗겨주면 나비는 날개의 힘을 받지 못해 날지 못하고 조만간 죽어버린다.

한번 사는 인생을 그렇게 거짓으로 살아가도록 속임수로 길을 만들어주는 부모는 진정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 자녀는 남을 속이더라도 쉽고 편리한 길을 택할 것이고 누구 앞에서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 부모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고난의 시기를 힘겹게 거치는 두 딸을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가 고치를 대신 찢어줌으로 자기 힘으로 고치를 찢고 나와 아름다운 나비로 푸른 하늘을 힘차게 훨훨 날아다니며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두 딸의 삶은 그렇게 힘을 잃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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