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조차 어리석은 일이나, 도회인으로서 비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눈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눈을 즐겨하는 것은 비단 개와 어린이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필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김진섭(金晉燮)의 '백설부(白雪賦)'는 이렇게 시작한다.

'겨울'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대부분 '눈(雪)'일 것이다. 해마다 이때 쯤이면 "첫 눈 오는 날,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하는 메시지만으로도 감성에 젖어든다. 그러나 거제는 겨울에도 눈을 보기 힘든 곳이니까 눈에 대한 추억은 별로 가지지 못한다.

'눈 설(雪)'은 '비 우(雨)' 아래에 '깃 우(羽)'가 붙어 '비가 깃털처럼 흩날리는 모양'을 본 뜬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어원으로는 '비 우(雨)'와 '빗자루 혜(彗)'로 보고 눈이 내려서 사람들이 빗자루로 눈을 쓸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상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우리 선조들은 눈으로 일기를 예측했다. 눈을 밟을 때 뽀드득 소리가 크면 날씨가 추워진다거나, 눈발이 잘면 더 춥다고 했다.

함박눈은 상층기온이 비교적 높을 때 내리는 눈이고, 가루눈은 상층기온이 매우 낮아 눈의 결정이 서로 부딪쳐도 달라붙지 않고 그대로 내리는 눈이다. 따라서 떡가루와 같이 고운 싸락눈은 기온이 낮아 눈과 눈이 뭉쳐지지 않고 그대로 얼어 그 사이에 공간이 생겨 밟으면 뽀드득 소리를 낸다.

"납설(臘雪·음력 12월에 내리는 눈)은 보리를 잘 익게 하고 춘설(春雪)은 보리를 죽인다"는 말도 있다. 겨울에 내리는 눈은 추위로부터 보리를 보호해 주지만, 춘설은 기온이 높아지는 봄에 내리는 눈이기 때문에 한창 자라고 있는 보리에 동해(凍害)를 주기 때문이다.

11월 24일 서울에 첫눈이 8.8㎝ 내렸다. 이는 1981년 이후 37년 만에 제일 많은 양이었다. 작년에는 첫눈이 너무 적게 내려 적설량 집계조차 불가능했다. 올해는 거제에 함박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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