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 조세현 칼럼위원
  • 승인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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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현 거붕백병원 병원장 정형외과 의사
조세현 거붕백병원 병원장 정형외과 의사

80세 할머니께서 응급실로 오셨다. 우측 고관절 골절이다. 이미 좌측도 고관절 골절이 있어서 2년전 타병원에서 인공관절 반치환술을 시행받으셨다.

평균수명은 자꾸 늘어만 가는데, 고관절 골절은 노인의 골다공증으로 인해 자꾸만 증가한다.

수술을 안 할 수는 없다. 대소변을 볼수 없을정도의 심한 통증으로 옆으로 눕기도 어렵다. 수술을 안한다면, 욕창이 생기고 폐렴이 동반돼 실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누구나 오래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기를 원한다. 여행하면서, 산책하면서, 운동하면서, 영화관·음악회에 참석하고 좋아하는 취미활동 하면서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고 싶다. 문제는 이 모든 노인의 삶의 질이 걷는 활동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이 분은 2년 전 이미 한 쪽의 고관절 골절을 수술했을 때부터 수술이 잘됐으니 집에 가라고만 해서는 안된다. 무릎 사진을 촬영해 보니 심한 내반(오자다리)을 동반한 퇴행성 슬관절염을 양측 모두 가지고 계셨다. 외양간은 이 무릎관절염에 있었다. 이때 무릎의 인공관절 치환술을 하고 지속적인 운동을 하셨더라면 고관절의 재골절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당시 의사도 어려운 골절수술이 잘 돼서 환자가 퇴원하니 그것만으로 안심 했을지 모른다. 보호자는 노인 부모님이 살아나신 것만으로 만족했을 것이다. 어차피 무릎이 아프다는 말씀은 수년째 하고계시니.

자, 여기서 무릎은 망가져가는 외양간이다. 고관절 골절은 소도둑 맞은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두 번째 또 벌어졌다. 나는 이 환자에게 골절된 고관절 수술은 안할 수 없으니 하더라도 일주후에 양측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권했다.

세번째 소도둑을 맞지 않도록, 살아 계신 동안 편안히 걸어 다니셔서 (최소 하루 2시간)삶의 질을 높이고 골다공증을 예방한다면 더 이상 소도둑이 들어올 구멍은 없을 것이다. 골다공증을 약만으로 치료한다고 열심히 약 드시다가도 골절이 되는 환자를 무수히 봤다. 약을 드시더라도 운동을 같이 해야만 한다.

걸음은 노인의 삶과 건강을 위한 기본활동이고,그 기본의 기초는 무릎이다. 무릎을 무시하고 척추나 어깨등을 먼저 손대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고 본다(물론 예외는 있다). 일단 노인을 무릎 수술로서 걷게 해드리면 그 후에 척추·어깨·고관절 등을 수술 또는 재활·약물치료로 회복시킬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자다리가 이미 되버린 무릎 관절염은 수술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잘 듣지 않는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외양간을 미리 고친 다른환자의 무릎 수술 전 후 사진. 이 분은 고관절 골절 위험성이 아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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