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거제 조선산업,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④]
미쓰비시·가와사키·미쓰이E&S 등 줄줄이 조선업 문 닫고
이마바리조선소·JMU "튼튼한 조선회사"로 도약할 것
일본 전문가 "해운업 연계없이는 조선업 미래 없다"

올해 일본 조선 산업은 요동쳤다. 견고했던 미쓰비시중공업과 카와사키중공업에서 조선 사업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미쓰이E&S(이앤에스)가 조선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로써 일본 5대 조선업체 가운데 이마바리 조선소와 JMU(Japan Marine United) 조선소만이 남게 됐다. 일본 조선업 관계자들은 "5대 조선기업의 연쇄적 철수는 결국 일본에서 조선 산업의 위상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쓰이E&S는 지난 6월 초순께 조선업을 포기하는 이유로 한국 및 중국 조선업체들과 경쟁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쓰이E&S는 군함 등 특수선에만 집중하고 있다. 앞서 해외시장에 백기를 든 미쓰비시중공업은 조선 사업을 분할해 상선보다는 해양 단순구조물 제작 등으로 돌아섰고, 카와사키중공업은 중국 업체와 현지 합작법인을 세워 상선사업을 이전했다.

이처럼 올해 상반기 일본 조선업은 구조조정이 가속화됐다. 한국에는 기술력에 밀리고, 중국에는 가격경쟁력에 밀려나면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일본이 결국은 세계 상선시장에서 철수 선언을 한 것이다. 게다가 이마바리조선이 수주한 선박 대부분은 일본 소속이라서 세계 조선 시장에서 영향력은 크지 않아 세계 조선시장이 또 다시 힘이 재편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본 조선사업 빅5 가운데 3개가 문을 닫은 가운데 남은 이마바리 조선소와 Japan Marine United 조선소는 해운사업과 함께 조선업을 지탱하고 있다. 사진은 이마바리 조선소
일본 조선사업 빅5 가운데 3개가 문을 닫은 가운데 남은 이마바리 조선소와 Japan Marine United 조선소는 해운사업과 함께 조선업을 지탱하고 있다. 사진은 이마바리 조선소

일본 조선 5곳 상반기 영업실적은

최근 올해 상반기 일본계 조선사의 실적이 나와 일본 내에서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선박사업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외한 JMU, 가와사키중공업이 영업이익 흑자를 거뒀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등 실적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결국 조선산업에 백기를 든 미쓰이E&S는 선박사업 영업 손실이 31억엔(원화 약 310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연간 조업량의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감소한 464억엔(원화 약 4600억원)을 기록하며 포기한 배경이 드러났다. 9월 말 선박사업의 수주잔량은 1550억엔으로 1년 전에 비해 10% 증가했다.

JMU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증가한 102억엔(약 1000억원)으로 드러났다. 엔화저하 현상 말고도 비용하락 등으로 하락세가 멈췄다. 가와사키중공업의 선박해양사업 영업이익은 매출 대상인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량이 줄어들면서 감소했지만 건조비용 개선 등으로 같은 기간 대비 51억엔(약 510억원)의 적자에서 12억엔(약 120억원)의 흑자로 전환됐다.

새롭게 한 수주는 가와사키중공업이 LNG벙커링선 1척, 미쓰이E&S는 벌크선 6척, 관공선 1척 등 총 7척을 확보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1척을 계약했지만 선종은 알려지지 않았다. JMU는 정보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선박 부문 연간 실적은 영업이익에서 가와사키중공업이 10억엔(약 100억원)의 흑자를 예상했다. 미쓰이E&S도 내년께는 80억엔(약 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JMU는 실적 전망까지도 보류했다.

이에 대해 JMU 관계자는 "일본 조선업 시장이 급변하고 있고 경쟁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조선업 경쟁을 포기했기 때문에 모든 접근에 있어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초만 해도 3사가 조선업을 포기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일본 조선업이 다시 호황을 이룰 거라는 전망이 있었고, 중국에 가격경쟁에서는 밀려도 기술력으로 되가져올 수 있다고 여겼지만 한국의 기술력과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있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Japan Marine 조선소 모습.
Japan Marine 조선소 모습.

일본은 지금, 조용히 구조조정 진행 중

이마바리조선소는 세계 시장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일본 조선업에서는 1위 자리에 올랐다. 일본 조선업 자율 구조조정 중심에 있으면서 영향력을 확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이마바리조선소는 미쓰이E&S가 보유했던 미나미닛폰조선을 인수했다. 인수 타진까지 6개월 넘게 사업타당성을 검토했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선소 간 거리가 멀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이는 국내빅3 조선업을 빅2로 재편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에서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합병에 무게를 두는 이유와도 같다. 하지만 올해 초 이마바리조선소 최고경영자인 유키토 히가키는 "10센트를 쓰고 1달러를 벌자"며 인수를 결정했다.

미나미닛폰조선 모회사인 미쓰이E&S의 선박엔진제조와 미쓰이OSK의 선주사업으로 이득을 취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마바리조선소는 현재 일본 조선업계에서 혼자 사세를 확장하는 중이다. 2016년 기준 미쓰비시 중공업의 6배, 미쓰이엔지니어링의 7배에 달하는 선박을 건조했다. 매출도 3734억엔(약 3조75000억원)을 기록, 전 세계 기준으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의 뒤를 이은 4위를 기록했다.

2016년 21% 수준이던 일본 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0%에 근접했다. 지난해 6월 일본 조선업계 처음으로 2만TEU급 컨테이너선 건조를 마치기도 했다.

이마바리조선소는 자회사이자 선주사인 쇼에이키센과의 협력관계에서 빛을 발한다. 쇼에이키센이 이마바리조선소의 세계 연결망을 활용해 해외 대형선사와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하면 다시 이마바리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한다.

쇼에이키센은 세계 최초로 2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이마바리조선소에 발주하기도 했다. 최근 선박시장 침체로 대형 선사들이 발주를 꺼리고 용선 계약을 늘리자 쇼에이키센이 현금 창출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일본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마바리조선소가 조선업 구조조정과 각사의 생존여부마저 모두 결정하고 있다"며 "미쓰이나 미쓰비시 등 이름만 다른 회사일 뿐 사실상 이마바리의 그늘 아래서 생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바리조선소는 아성이 잠시이긴 했지만 지난 1월 수주잔량 '504만CGT'를 기록하며 현대중공업에 이어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를 계속해서 이어간 덕이었다. 이 역시 쇼에이키센과의 협력관계의 결과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 해운업계는 자국 조선소에 지속적으로 선박을 발주하며 끈끈한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어 이마바리조선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국 선사들이 지난해 한국에 선박을 발주하는 사례가 있긴 했지만 일본과 중국과 비교하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라며 "한국은 조선업이라는 국가 기간산업을 보유한 만큼 정부의 지원은 물론 조선·해운 간 상생이 보다 자유로워져야 지금보다 안정적인 조선산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마바리조선소 관계자 역시 "조선산업은 세계 경제에 휩쓸리고 환율·유가 변동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이 가장 중요하다"며 "수만 명의 노동력이 필요한 사업에서 조금이라도 휘청이면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운업과 조선업은 언제나 맞물려서 누구 하나라도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협력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을 살리겠다면서 해운업을 등한시하는 정책은 결국 다 죽이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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