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가을은 오색(五色)으로 화답하는 아름다움이 물결을 일렁이는 계절입니다. 따스한 봄날 곱게 피어난 각종 풀잎과 나뭇잎들이 젊음의 계절 여름을 보내며 만추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면서 저마다의 아름다운 모습, 오색찬란한 모습으로 그동안 받은 대지(大地)에 대한 사랑과 태양에 대한 은혜와 바람에 대한 고마움과 삼라만상을 운행하시는 절대자 하나님께 대한 감사를 아름다운 빛으로 싸인(sign)하고 있습니다. 그 싸인에 이끌려 수많은 인파(人波)가 명산계곡을 찾아가 행복을 호흡하며 자연과 더불어 형형색색의 꽃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계절에 참된 감사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약 400여년 전 영국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청교도들이 메리여왕(Mary I)의 종교적 핍박을 견디지 못한 채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미지의 땅인 미국으로 건너가 악전고투 끝에 한 해 농사를 지어 그 농사지은 농산물을 가지고 인디언들과 더불어 감사로 화답하며 축제를 벌인 일이 있습니다. 

그 당시 고국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출발한 청교도들은 102명이었습니다. 1620년 9월6일 102명의 성도들은 '메이플라워'호라는 크지 않은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62일 간의 항해 끝에 미국 북쪽지방인 보스턴 부근 플리머스라는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들은 플리머스에 도착하고 난 이후, 가장 먼저 그곳에 우뚝 서 있는 큰 바위를 붙들고 하나님께 신앙의 자유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고 합니다.

"하나님! 저희들에게 신앙의 자유를 허락해 주옵소서."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잃게 됐고 폐병을 비롯하여 이름 모를 질병으로 줄줄이 죽어갔다고 합니다.

1621년 봄 그곳 인디언들의 도움을 받아 영토를 개간해 씨앗을 뿌리고 농사를 지어 그해 가을 자신들의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가을 추수를 하게 됐습니다. 그때 자신들 주변에 있는 원주민 인디언들을 초대해 도움을 준 것에 감사하면서 하나님께 감사로 영광을 돌리며 3일간의 축제를 했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추수감사절이 됐습니다.

그 당시 이 추수감사절에 대해 전광 목사가 쓴 '평생 감사'라는 책에 보면 미국에 도착해 청교도들이 드렸던 일곱 가지의 감사기도 내용이 있습니다.

첫째, 작은 배이지만 메이플라워호를 주셔서 항해를 무사히 하게 하셨으니 감사합니다. 둘째, 배가 한없이 느리지만 끝까지 항해를 할 수 있었으니 감사합니다. 셋째, 항해 중에 두 사람이 죽었지만 한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으니 감사합니다. 넷째, 항해 중에 큰 돛이 부러졌지만 파선하지 않았으니 감사합니다. 다섯째, 여인들이 파도에 휩쓸렸지만 한 사람도 떠내려가지 않았으니 감사합니다. 여섯째, 호의를 베풀어준 원주민들이 있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일곱째, 그 어려운 항해의 여정 속에서도 돌아가자고 하는 가족이 한 명도 없었으니 감사합니다.

이들 청교도들은 평안하게 살 수 있는 고향과 부모형제를 떠나 오직 신앙의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극한 역경과 어려운 현실 속에서 원망과 불평을 늘어놓고자 했다면 한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주어진 현실을 보고 원망하거나 불평하기보다는 현실의 긍정적인 면, 희망적인 현실을 보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금 거제경제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역의 주력산업인 조선경기와 해양산업이 추락하면서 모든 상권이 치명타를 입었고 시민들의 생활 역시 어려움이 빠져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어렵다고 한숨만 내쉴 것이 아니라 청교도들의 아름다운 정신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비록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 힘들고 암담하지만 그 속에서 좌절하고 불평하고 원망할 것이 아니라 감사의 조건을 찾아 감사하면서 새로운 희망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 삶의 지혜가 모두에게 있어야 하겠습니다.

구약의 선지자 하박국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3:17-18)

이 하박국의 고백처럼 비록 우리 속에 꼭 있어야 할 것들, 아름다운 열매가 없고 많은 수입이 없고 넘치는 보상이 지금 내게 주어지지 않는다할지라도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내 곁에 있고, 다정한 이웃과 친구들이 나와 함께 하고, 그래도 먹고 살 수 있는 삶의 기반이 조성되어 있기에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 나를 존재케 하신 여호와 하나님으로 기뻐하며 그 하나님께 오색 빛으로 화답하는 산 위의 단풍들처럼 우리도 감사로 화답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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