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厚顔無恥)'는 '얼굴이 두꺼워서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이다. 이보다 고급스럽기는 청나라 말기 리쭝우(李宗吾)가 쓴 '후흑학(厚黑學)'이 있다. 후(厚)는 '얼굴이 두껍다(面厚)'는 뜻이고, 흑(黑)은 '속이 시커멓다(心黑)'는 의미다. 즉, '후흑'은 뻔뻔함과 음흉함을 바탕으로 한 처세학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높이면 얼굴이 두껍다 못해 쇠가죽을 발랐다는 '면장우피(面張牛皮)'가 있다. 그런데 쇠가죽은 오히려 귀엽기나 하지만, 얼굴에 철판을 깐 '철면피(鐵面皮)'도 있다.

송나라 때 송광현이 쓴 '북몽쇄언'에 나오는 이야기다. 왕광원(王光遠)이라는 진사가 있었다. 하루는 어느 고관이 술에 취해 매를 들고 "자네를 때려주고 싶은데 맞아보겠나"라고 물었다. 고관은 그저 술주정으로 한 것뿐인데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감의 매라면 기꺼이 맞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고관이 사정없이 때렸으나 그는 조금도 아픈 기색 없이 매를 맞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친구가 귀갓길에 왕광원에게 자존심도 없냐며 질책하자 "높은 사람들에게 잘 보여서 손해 볼 것이 없지 않겠는가"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왕광원을 비난해 말하기를 "광원의 낯가죽은 철갑을 열 번 두른 것처럼 두껍다"라고 한데서 '철면피'라는 말이 생겼다.

철면피보다 높은 수준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이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이라는 뜻으로 '인간의 탈을 쓴 개'라고 보면 된다. 차라리 '인간쓰레기'는 그나마 인간 취급이라도 했지만 인면수심은 짐승에 비유했으니 이보다 더한 비하는 없을 게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양 모 회장이라는 사람 하나가 연일 뉴스의 한복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부(富)를 무기 삼아 행한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갑질'이나, 불법 음란물 유통 등의 짓거리는 들먹거리기 조차 실증난다. 양 회장 아내의 불륜남으로 의심받아 집단폭행을 당한 모 교수의 "양 회장이 나에게 자기가 뱉은 분비물을 핥아 먹으라고 했다"는 증언은 참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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