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거제 조선산업,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②]조선경기·지역상권 악화 상관관계와 현주소
실업률 2015년 1.7% → 2018년 7.0%로 전국 최고 수준
거제상주 협력업체 2015년 375개소 → 2017년 264개소로
부동산 가격 15년 대비 24.8%로 급락, 원룸 공실률 45%로 급증

거제시는 생산가능인구인 15세~64세 인구의 절반 이상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및 협력사에서 일하는 조선 산업 도시다. 조선업을 다니는 가족을 둔 이들까지 더하면 70% 이상이 조선 산업 관계자다. 그리고 이들의 지갑이 얼마나 열리느냐에 따라 지역경제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산업이 무너지기 시작한 지난 201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역경제는 더 악화됐다. 삼성중공업 배후지역인 장평동을 시작으로 대우조선해양 배후지역인 옥포동에서 아주동으로 폐점이 이어지더니 가장 번화가인 고현동에까지 폐점하는 모양새가 이르렀다.

조선산업이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으면서 지역경제까지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는 양대 조선산업 배후지역인 고현·능포·아주·옥포·장평동 상업지역에 '상가임대', '권리금 없음', '점포세' 등의 안내판을 넘치게 했다. 사진은 양대 조선산업 배후지역에 위치한 상점들 가운데 5m 거리도 채 안 돼 매매 안내를 붙여놓은 상점들.
조선산업이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으면서 지역경제까지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는 양대 조선산업 배후지역인 고현·능포·아주·옥포·장평동 상업지역에 '상가임대', '권리금 없음', '점포세' 등의 안내판을 넘치게 했다. 사진은 양대 조선산업 배후지역에 위치한 상점들 가운데 5m 거리도 채 안 돼 매매 안내를 붙여놓은 상점들.

노동자 수, 2015년 9만2164명에서→2017년 4만9878명으로

조선소 실적이 나빠지고 수주가 줄면서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는 퇴직자 수가 급증했다. 그 결과 2015년 말께 본사·협력사 포함 9만2164명에 이르렀던 노동자 수는 2017년 말께 4만9878명으로 급감했다. 약 45.9%에 달하는 인력이 줄었다.

이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실업률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7%에 불과했던 실업률은 2016년 2.6%, 2017년 6.6%까지 솟아오르더니 올해는 7.0%로 전국 최고 수준의 실업률을 달했다. 올해 전국 평균 실업률은 3.3%에 불과했다.

본사가 휘청이니 협력사 휴·폐업도 줄을 이었다. 2015년 375개소였던 협력업체는 2017년께 264개소로 감소했고 111개 업체가 사라졌다.

양대 조선소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25년 동안 연평균 5098명씩 인구가 증가했지만 2017년 첫 하락세인 3110명을 기록했고, 지난 7월 2637명이 거제를 떠났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은 1000명, 삼성중공업은 2500명 등 2018년 추가 구조조정 시행을 예고하고 있어 인구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거제 부동산도 내리막 길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는 부동산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시 토지정보과에 따르면 주택의 매매가격은 2018년 9월 기준으로 전월대비 1.27%, 전년 동월대비 13.79% 하락하며 내림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신규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5년 이상 된 기존 아파트의 하락폭이 확대돼 전월대비 1.80%, 전년 동월대비 무려 18.87%의 감소세를 보였다.

주택거래 매매량도 9월 기준 총 222가구로 전월대비 13.8% 증가했지만 지난해 대비해서 13.3% 감소했다. 아파트거래 매매량도 178가구로 전월대비 27.1% 증가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11.0%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은 2015년 6월 대비 24.8%를 감소해 전국 최고 수준으로 급락했고, 원룸 공실률은 45%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제 신규분양 시장도 얼어붙었다.

시 일반분양가구수가 2013년 382가구에서 2014년 2063가구, 2015년 6867가구로 최고 정점을 찍었다. 조선업 한파가 본격화된 2016년 1294가구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미분양가구도 2015년 4월께는 단 3가구에 불과했지만, 그해 7월 2173가구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감소세이기는 하지만 9월 기준 여전히 1700호가 미분양된 상태다. 이는 전월대비 1.3% 감소했고 지난해 동월과 비교했을 때 9.0% 감소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부동산 전문가는 가계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택가격 유지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아주동에서 부동산을 운영중인 A(52)씨는 "지난 2013년부터 14년까지만 해도 분양만 했다 하면 수십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해서 최소 수천만원, 최고 억대 프리미엄이 붙었던 곳이 거제였다"며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두 양대조선소가 휘청거리자 부동산도 불황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평동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B(34)씨는 "조선 산업 특성상 국내외 경제흐름보다 조선 산업 내에서의 경제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되는데 조선 관련 업종이 거제 지역 내 총생산의 94.4%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기 때문에 조선업이 침체되면서 거제 주택시장의 동반하락은 당연한 일"이라며 "가계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택가격이 유지되기 어려운 사실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지역상인 "다시 영광 찾겠지만"… 3년째 한숨만

조선산업이 무너지면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배후지역인 능포·아주·옥포·고현·장평 상권은 폐점이 줄을 잇고 있다. 폐점되면 바로 새 점포가 들어서기 바빴지만 최근에는 수개월은 물론 수년째 '매매'를 붙여놓은 상점이 5m 거리를 못 가고 하나씩이다.

아주동에서 24시간 국밥집을 운영하는 C(44)씨는 "경기가 말도 못한다. 예전의 거제가 아니다"고 평했다. C씨는 "직원이 절반 가까이 나갔다. 월급도 깎이고 하다 보니 주점보다 국밥집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었는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다"며 "예전에는 인원수로 국밥 시키고 수육까지 주문했는데 최근에는 국밥 하나를 안주 삼아 먹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오후 8시만 되면 불이 꺼지는 거제시였을지라도 불 꺼질 줄 몰랐던 고현·장평동과 옥포·아주 상권까지도 최근에는 불황의 그늘이 짙은 모양새다. 문을 닫은 가게에는 '상가 임대', '권리금 없음' 등의 문구가 붙어 있고 문을 연 가게에는 가게마다 가격 할인을 현수막에 내걸고 있었다.

장평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D(50)씨는 "하루에 5만원어치 팔기도 힘든 실정"이라며 "대학생이 주로 가는 골목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조선소 바로 지근에 있는 우리 같은 가게는 그나마 '세'에 부담 없는 업주들 말고는 대부분 전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능포동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E(30)씨는 "예전에는 피자집이 3개 넘게 있어도 하루에 적어도 20여판은 팔았는데 요즘에는 평일에 하루 5판도 팔기 어렵다"며 "가게세 등을 내놓으면 남는 것이 없고 오히려 빚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다니는 직원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사외 협력 업체들이 모여 있는 공단 지역은 더 심각하다.

연초면 공단지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F(31)씨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원플러스원(1+1)과 같은 할인행사 물품은 퇴근시간 5분도 안 돼 다 팔리고, 도시락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주로 학생들한테 인기가 높았던 삼각김밥·샌드위치·편의점 도시락 등이 최근에는 노동자들에게 없어서 못 파는 품목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현동에서 15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G(61)씨는 "다시 영광을 되찾을 거라고 버티고는 있지만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조선산업의 위기는 조선업 노동자들만의 위기가 결코 아니다. 거제시 전체의 위기다. 한 지자체의 흥망성쇠가 조선산업에 걸려 있는데 행정을 비롯한 윗분들은 조선산업에만 치중할뿐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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