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포동 우리동네 음악대장 '통사모(통기타를 사랑하는 모임)'

해가 지고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갈 무렵이면 능포동사무소 다목적 홀에는 기타연주를 연습하기 시작하는 '통사모(통기타를 사랑하는 모임·회장 정현호)'가 있다.

2년 전인 2016년 음악에 관심 있던 중년의 남성들이 모여 조직한 음악동호회로 통기타와 색소폰 연주자 4명으로 구성된 '통사모'는 그때부터 능포동에서 펼쳐지는 각종 행사에서 음악봉사 활동을 지금까지 꾸준히 펼치고 있다.

"공원에서 무료하게 산책으로 시간을 보내는 퇴직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새로운 활력소를 찾아 주고자 음악으로 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일반 직장인들인 이들은 정현호(65)·강동창(59)·조남열(57)·조인선(56)씨로 능포동과 장승포에 음악이 많이 울려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뭉쳤다.

매주 월·수·금요일에 모여 기타연주 연습을 하고 월요일은 기초 주부반을 지도한다는 이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웃으세요"라는 말에 "하루종일 일하다보니 오늘 처음으로 웃는다"고 말하는 그저 소탈한 옆집 아저씨들이었다.

통사모는 그동안 능포동에서 진행되는 무료영화 상영전과 노인대학·정월대보름·양지암축제 등에서 노래봉사를 빠짐없이 하고 있고, 복지시설 실로암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해변에서는 수시로 버스킹 공연도 펼친다.

"노인대학에서 연주를 할 때 어르신들이 춤을 덩실덩실 추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고도 말했다.

공무원을 퇴직하고 자영업을 하고 있는 정현호 회장은 "오늘 갑자기 회장이 됐다"며 "우리 통사모는 서로 함께 하는 사람이 좋고 기타가 좋아서 만난 사람들이라 지금껏 그냥 호형호제로만 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직 후 자영업을 하면서 뭔지 모를 갈급함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기타를 배우자' 말에 잊고 있던 중학생 시절의 작은 소망이 생각나 즉시 실행에 옮겼다"면서 "매주 연습하는 날에는 만사를 제쳐두고 이곳으로 달려온다"고 통사모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 "지금껏 나를 위해 살았던 적이 없었다"는 강동창씨는 직장생활만 35년째로 "퇴직이후 생활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친구 따라 이 모임에 왔다가 마지막으로 합류하게 됐다"며 "사람냄새에 빠져 동호회 활동을 하게 됐다. 회원들과 같이 주변을 돌아보면서 나눌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고 있다. 나이들이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고 했다.

"통사모는 철학이 있습니다. 6줄의 기타는 각각의 소리가 모두 다르지만 코드를 집고 연주를 하면 하모니를 이루듯이 '기타를 통해 함께 하는 어우르짐'을 배웁니다. 생긴 것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지만 음악으로 어울려 소통하면서 가진 재능을 즐겁"게 나누고 봉사에 기여하자는 뜻을 같이 합니다."

보컬을 겸하고 있는 조남열씨의 철학이다. 조씨 역시 퇴직을 준비하는 마음이 무거웠으나 요즘은 통사모 활동을 통해 매일 즐겁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정비소에서 일하면서도 늘 음악과 음악으로 봉사활동을 꿈꾸다 우연히 통사모 회원을 대신해 연주를 해주면서 인연을 맺었다는 조인선씨.

그는 통사모 회원들의 기타 스승이기도 하다. "그동안 음악봉사를 하고자 마음만 있었는데 이들은 이미 하고 있었다"며 "지금은 나이 많은 학생들의 열정을 제가 배운다"고 말하는 그는 동아리에서 기타뿐만 아니라 색소폰 연주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거제시가 음악과 문화도시 관광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열심히 연습하지 못하고 오는 것이 항상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연주에 대한 욕심들은 많다. 공원 등에서 버스킹을 하다가 파출소에 여러번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면서 일을 떠나서 음악에 빠져 있는 시간이 너무 흥분되고 매번 연습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진다고 말했다.

"더 많이 연습해 좋은 연주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이웃아저씨 음악단'으로, 중년 남성들의 건전한 여가문화와 나눔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우리 거제도 사람들이 음악과 문화를 좀 더 많이 이해하고 즐길 줄 알면 좋겠습니다."

이들이 지역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또 앞으로도 꾸준히 음악봉사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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