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거제 조선산업,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①]조선산업의 위기, 삼성·대우·현대조선 현실
조선 빅3, 올들어 불황기 속 수주 잇따라 회복세 보여
조선업계 관계자 "빅3→빅2 체제 개선 없이 예전 영광 찾기 어렵다"
이동걸 산업은행장 지난 22일 "대우조선 매각계획 있다" 밝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큰 경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거제시는 조선 산업 종사자와 그의 가족이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한다. 30%의 산업도 조선 산업의 활황과 불황에 따라 경기가 좌지우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 침체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졌고 거제지역 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조선 협력업체의 법정관리가 이어지며 그 피해는 집계조차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는 최근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고, 거제 지역은 전국 최고 실업률 7.0%를 최근 기록했다.
각종 지표들이 어려움을 반증하고 있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면 반드시 희망찬 내일이 올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2015년 연말부터 침체되기 시작한 지역경기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조선업의 옛 영광은 다시 오기 힘들다고 전망하고 있다. 각종 중앙언론에서는 조선 산업 침체로 거제지역이 침체된 현실만 조명할 뿐 이 현실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깊게 하고 있지 않다.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에 방문한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조금씩 수주 소식이 들려오고 삼성중공업 역시 최근 1조 수주 달성을 하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단기간의 소득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우리보다 앞서 어려움을 겪었던 조선선진국 일본과 한국을 맹추격하는 중국의 현장을 살펴보고 앞으로 한국의 조선 산업이, 거제의 조선 산업이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 편집자 주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 조선업계는 163만CGT(Compansated Gross Tonage 선박의 단순한 무게에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무게 단위)를 연달아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전 세계 수주량인 252만CGT 가운데 64.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35만CGT를 수주해 13.9%의 점유율을 기록하는데 그친 중국과 일본을 비교적 큰 차이로 따돌리며 월간 수주 1위를 기록했다.

조선업계에서는 한국의 9월 수주 실적이 중국, 일본의 실적을 약 128만CGT의 큰 차이로 따돌리게 된 이유로 지난달 29일 현대 상선이 조선 3사에 2만3000TEU급 12척, 1만5000TEU급 8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것을 꼽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의 조선 빅3,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은 38척의 대형 LNG선의 수주에 성공하면서 불과 3척의 수주에 그친 중국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이는 저렴한 인건비에 강점이 있는 중국이지만 아직까지는 LNG선 건조 기술에서 한국 기술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장에서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을 통해 향후 3년간 200척 이상의 선박 건조를 지원할 것"이며 "선사와 화주(물건을 산 사람) 간 상생협력을 강화해 우리선사의 국적화물 운송을 확대하겠다"고 말해 한국해운산업 재건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현대 상선이 발주했던 대형 컨테이너선 외에도 추가적인 선박 발주가 있을 것으로 전망돼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선 빅3, 수주기상도 '온도차'는 여전

조선 빅3가 올해 3분기 누적 수주량 200척을 넘으며 순항 중인 가운데 각 사의 분위기는 다소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5년 만에 최대 수주액을 달성하는 등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개월여를 남기고 올해 수주목표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주액을 달성, 다소 불안한 연말을 보낼 전망이다.

지난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는 4분기 초 기준 올해 누적 수주액 199억 달러를 기록했다. 195억 달러가량의 지난 2017년 연간 수주액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빅3의 회복세는 현대중공업의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까지 104억 달러 규모의 129척을 수주해 연간 목표 79%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늘어난 수치다. 이는 2013년 이후 5년 만의 성과다.

선종별로는 고부가가치선인 액화천연가스(LNG)선이 16척으로 가장 많았다. 아울러 액화석유가스(LPG)선 15척 등 가스선 31척과 컨테이너선 48척, 탱크선 47척, 벌크선 2층 등을 각각 수주했다.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가 많아 수주목표 초과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게다가 올해는 조선 빅3 중에선 유일하게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LNG선과 관련해 수주 문의가 많다"며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며 초과 달성도 기대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3분기까지 49억 달러 규모의 41척을 수주했다. 이는 연간목표액의 59.8%에 불과하다. 수주품목은 LNG선 11척, 컨테이너선 13척, 유조선 14척, 특수선 3척 등이다. 지난해 수주액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수주 부재가 타격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규모는 가장 저조하다. 올해 3분기까지 46억 달러 규모의 35척을 수주했다. 이는 당초 수주목표 73억 달러의 63%에 해당한다.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12척, 초대형원유운반선 15척, 초대형컨테이너선 7척, 특수선 1척 수주에 그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빅3의 올해 수주목표 달성과 관련해 "성수기인 4분기가 남아 있는 만큼 목표 달성 여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는 "최근 수주전에서 싱가포르에 밀리고 있어 내부적으로 쫓기고 있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며 "전반기 수주가 기대 이상이었지만 하반기에 갑자기 실적이 줄어들어 수주 전략을 다시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빅3→빅2 체제 개편 실현 가능성은

선사들이 구조 조정과 인수·합병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국내 조선업계만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도 인수합병을 통해 체급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업계 내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특히 세계 조선업 패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일본과 중국은 현재 자국 조선업체 간 인수합병을 활발히 추진하면서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최근 국영 조선사간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지난 2016년부터 자국 중소형 조선소끼리 협력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내 조선업계만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그동안 자주 언급된 조선업계 체제 개편 실현 가능성은 가능성조차 논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조선업계는 대우조선 지분 매각 추진을 통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체제를 '빅2'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는 현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도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정 사장은 "국내 조선업이 2개사 체제로 갈 때 경쟁력이 높아진다"면서 "국내 3개사의 시황, 중국과의 경쟁, 대한민국의 산업진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빅2'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편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지금처럼 조선산업이 불황인 시기에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모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에는 시장경제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산업에 활황이고 시장 자체가 커지면 합병을 추진해서 몸집을 키우고, 금방 그 몸집에 따른 체질개선이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언제 다시 불황기로 접어들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라면서 "대부분 시장 경제 악화로 스스로 공급을 줄이고자 인력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합병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을 탓하기도 했다. 정부가 조선업이 활황의 시기가 도달할 때까지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도움을 준 게 오히려 독이 됐다는 시선이다.

또 다른 조선업계 전문가는 "구조조정은 시장논리에 의해 진행된다"면서 "경쟁에서 도태되는 업체는 퇴출시켜야하는데 정부가 지원을 해줌으로써 썩은 줄인지, 생명줄인지 모르고 계속 유지해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쟁력만 악화될 뿐"이라며 정부의 맹목적인 지원보다는 실직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대우조선 매각 계획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이 빅3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기술력으로 중국기업을 따돌리고 있고 실적이 좋아짐에 따라 산업은행이 조만간 매각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실적회복에 따라 대우조선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2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선 3사 중 어느 곳이 먼저 경쟁력을 회복할지 속단할 수 없지만, 대우조선이 가장 빠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 민간에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임직원들은 높아진 매각 가능성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고정비 감소 등을 목적으로 꾸준히 인력을 구조조정 해왔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자구계획에 따라 1만3000여명에 달했던 임직원은 지난 2분기 1만 명 미만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임직원들은 '퇴직공포'에 시달려왔다. 또 임금의 10%도 반납해야 했다. 게다가 올 연말에도 추가 구조조정 시행으로 대우조선해양 1000명, 삼성중공업 2500명이 예정돼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우리는 '작지만 건실한 회사'로 변화해 인수합병 시장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아직 경영정상화가 완료됐다고 보기 어려워 매각 시점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2020년까지 완료할 예정인 자구계획 이행에는 큰 차질이 없다"며 "경영정상화를 조기에 끝낸다면, 빠르면 내년께 매각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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