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특징은 개연성(蓋然性)에 있다. 개연성이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성질이다. 다시 말하면 있음직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있음직한 것이니 팩트(fact)는 아니고 허구다.

이때 허구는 매우 정교한 구조로 마치 실제의 사건이나 공간처럼 재현해 독자로 하여금 사실처럼 믿게 만들어야 한다. 문학에서는 이를 리얼리티(reality)라 한다. 리얼리티가 문학적 보편성을 확보하는 장치가 된다.

문학의 보편성은 보통 사람의 상식이나 도덕적 기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 말도 안 되는 소재, 얼토당토 않는 구조로 개연성을 가지지 못할 때 이를 세칭 '막장드라마'라 한다. 일명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를 뜻한다.

꼭 10년 전인 2008년은 막장드라마의 전성기였다. 시누이이자 올케사이인 두 조강지처가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고 복수를 하는 내용의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은 평균 시청률 24.6%에 마지막회는 41.3%의 대박을 쳤다. 그런데 같은 해 같은 방송국에서 그 기록을 갈아치운다. 그해 12월에 방영된 '아내의 유혹'은 전국 평균시청률 33.1%였다. 이 드라마는 현모양처였던 여자가 남편에게 버림을 받고 확 달라진 모습으로 복수를 한다는 것인데, 그 달라진 모습이란 바로 눈 밑에 달랑 점 하나 찍고 나오는 것으로 이 드라마의 상징이며 명장면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막장보다도 더한 막장드라마가 연출되고 있다. 막장드라마가 판치던 2008년 야쿠자에 의한 신체 중요부위 절단설에 시달리던 가수 나훈아 씨가 떠도는 소문에 대한 진실을 밝히겠다며, 갑자기 탁자에 올라가 바지를 내리면서 "보여드릴까요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 속에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신체 특정부위에 '크고 까만 점'이 있다는 배우 김부선 씨의 주장은 막장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보는 것 같고, 그 크고 까만 점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서 검증하는 것은 마치 나훈아 씨의 사건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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