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유비, 관우, 장비는 수염조차 특별했다. 유비는 수염이 없었다. 그래서 '말끔한 얼굴이 마치 엉덩이 같다'고 했다. 그에 비해 관우는 미염공(美髥公)이라는 별명만큼이나 멋진 수염을 가지고 있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수염을 비단 주머니로 싸서 다니기도 했다. 장비는 마치 밤송이처럼 뾰족하고 굵고 거친 털이 마구 뻗어나가는 수염이었다.

수염은 2차 성징 이후 얼굴에 나는 털을 말한다. 입 주변이나 턱에 나는 털을 수(鬚)라고 하고, 귀밑에서 턱까지 잇달아 난 구레나룻을 염(髥)이라 한다. 수염의 순 우리말은 '나룻'이다. 중국이나 조선에서는 수염이 없는 어린이나 환관을 얕잡아보았다. 에이브라함 링컨은 50세까지 수염을 기르지 않았는데, 인상이 험악해 보이니 수염을 기르면 좋을 것 같다고 충고한 한 소녀의 편지를 받고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고, 그 후에 지지도가 올라갔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메이지 유신 때 일본은 독일을 근대화의 모델로 삼았다. 그들은 독일남자들이 양끝을 치켜 올린 콧수염을 기르고 있는 것을 보고 이를 모방했다. 마침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도 이 수염을 하고 있자 카이젤 수염이라 불렀다. 카이젤은 독일어로 황제를 뜻하는 '카이저(kaiser)'에서 왔다. 프랑스 루이 7세가 수염은 거추장스럽다고 싹 깎아버리자 그의 왕비는 성적(性的)매력이 없어졌다며 영국으로 도망가 헨리 6세와 재혼한다. 수염 잃고 부인 잃은 루이 7세가 영국과 일으킨 전쟁이 바로 수염전쟁이다. 고려 인종 때 나례잡희(儺禮雜戱) 석상에서 김부식(金富軾)의 아들이며 내시였던 김돈중(金敦中)이 무신 정중부(鄭仲夫)의 수염을 촛불로 태우는 모욕이 후일 무신정변의 원인이 된다.

지난달 29일 미국에서는 수염챔피언십이 열렸다. 2년 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각양각색의 수염을 뽐내는 축제다. 이번 대회는 남성부문 외에도 인공수염을 통해 예술성을 뽐내는 여성부문도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없는 이런 대회로 거제에 관광객을 유인할 아이디어도 생각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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