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곡식
집나간 며느리를 불러들이는 가을전어
폭염과 맞서 일한 당신들 모두 풍요로운 추석이 되길

펄떡이는 생선은 어부의 힘줄을 불끈 솟게 하고, 누렇게 익은 벼는 농부를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게 하는 보약이다. 죽은 밤·떡갈나무에 꽃처럼 뭉글뭉글 피어나 달착지근한 향을 쏘는 버섯은 추석 상에 구울까 튀길까를 고민하게 만들고, 3000도로 '쉭쉭' 대는 용접봉을 퍼즐을 끼워 맞추듯 움켜쥐고 태산 같은 배를 만드느라 당신의 땀방울은 어느새 마를 날이 없었다.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곡식은 자란다고 한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폭염이 퍼부으나 어느 시간, 어느 장소이건 당신의 땀방울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한 알의 밀알이었다. 폭염과 정면으로 맞서 열심히 일하신 당신, 참으로 수고 많았다.

한 달이 넘도록 지글지글 뜨겁게 끓었던 여름도 아침·저녁 소소하게 돋아난 소름 같은 찬바람을 더 이상 이기지 못한다. 벼·수수·조 등 익을수록 머리가 무거워 땅을 바라보게 되는 곡식들은 바라만 봐도 가슴이 넉넉해진다. 풀숲에 무심히 던져뒀던 호박은 '나 여기 있소'라는 듯 어느새 주름진 둥근 얼굴을 턱 내밀 땐 그렇게 예쁠 수 없다. 태풍에 이리저리 휩쓸려 이파리만 있겠지 했던 감나무엔 벌써 어른 주먹만 한 감들이 빨간 기운마저 머금고 맛나게 익어간다.

수족관이 비좁아 여기저기 '펄떡'이며 번쩍거리는 전어는 '집 나간 며느님'을 불러들이는 묘약이란다.

올 추석은 한 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이나 친척들을 보면서 서로 복을 기리는 덕담을 나누자. 칭찬과 덕담은 그 동안 수고하고 지친 사람들을 힘이 나게 하고 새로운 꿈을 갖게 한다. 거제를 들여다보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어려운 상항가운데 맞는 한가위 명절이라 더욱 마음 한켠이 편치 않을 수도 있다.

각기 다른 모습의 추석이지만 보내는 방법이야 어찌됐든 달이 둥글게 여물어지듯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도 따뜻해지고 풍성해진다면 본연의 의미는 충족된 게 아닐까?

뜨거운 여름을 무사히 지내고 올해도 절반이상을 열심히 살아온 그대. 이제는 잠시 숨 고르며 각자의 방식으로 따뜻하고 풍성한 추석을 보내는 것은 어떨런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처럼 긴 연휴기간 동안 배불리 먹고 충분한 휴식을 가지자. 어린 시절 소년의 꿈을 빌었던 그 옛날 뒷동산은 아니더라도 정한 곳에 자리를 틀고 휘영청 밝은 저 달을 향해, 간절한 마음의 염원을 담아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빌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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