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어르신편】"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특집-어르신편】"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 거제신문
  • 승인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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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진 (80·거제면)

옛날에는 너나 나나 할것없이 다 같이 배고프고 살기가 팍팍했기 때문에 평소 고기나 생선을 먹는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사치였다. 그래서 먹을 것 많고 가족간의 정이 넘치던 추석은 기다리고 기다렸던 날이었다.
요즘 추석은 분위기부터 많이 다르다. 엣날 명절에는 손주·손녀들을 앉혀놓고 인성교육도 많이들 했지만 요즘은 친척일가들이 서로 바쁘게 살다보니 얼굴보기도 힘들다.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다. 후세들이 서로 믿고 의지해가는 마음편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가유일노 세유일보(家有一老 世有一寶)라고 가정에 노인이 한명 있다면 후세에 진귀한 보배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노인들이 살아온 인생 경험을 최대한 살려 지역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도록 인도해줘야 한다. 나 역시 추석 명절마다 찾아오는 자식·친지들에게 진부하지만 이와 같은 말을 계속해준다.
또 학생들에게는 '공부는 못해도 되니 인성을 갖춘 사람이 돼라'고 강조한다. 이제는 젊은 청년들이 사회를 이끌어나가야 할 차례다. 쉽지는 않겠지만 개개인의 힘을 합쳐 상호 신뢰하고 사랑해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바 최선을 다해야만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손정목(80·고현동)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에 손자·손녀들을 볼 생각에 벌써부터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기분이 좋다. 손주들이 오면 늘 해주는 덕담이 있다. "공부 잘하는 것도, 훌륭한 것도 좋지만 예의를 지키고 행실을 똑바로 해라. 어른을 공경하고 착한 사람이 되라"고 늘상 얘기한다.
나 역시 부모님으로부터 인성을 우선시 하라고 늘 배웠다. 돈이면 최고라고 하는 요즘 세상에 돈과 인품과 지혜를 모두 갖춘 사람은 드물다. 물론 많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밥상머리 교육부터 시작해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사 바른 행실과 늘 사람다운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거제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힘들다. 국민 모두가 먹고사는 걱정에 다들 힘들어한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취업이 힘든 요즘 이름있는 명문대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래도록 많은 공부를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실업계고등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사회에 일찍 나가서 직업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인생에 있어서 대학은 전부가 아니다. 명문대학을 가려고 재수니 삼수도 많이 하는데 공부를 하는 본인도 속이 타겠지만 뒷바라지하는 부모님들 생각도 한 번쯤은 해주길 바란다.

 

조규봉(78·사등면)

내 어릴적은 배고프고 못살던 시절이었다. 쌀이 너무 귀해 채 익지않은 보리를 베어 허기를 메꿔야 했다. 고기는 구경도 할 수 없었고 반찬이라고는 김치와 된장국이 전부였다. 남의 밭에 떨어진 풋감을 주워다가 논바닥 물에 넣어뒀다가 이틀정도 지난 뒤 꺼내먹기도 했었다.
추석 당일에는 닭고기·쇠고기·생선 등을 배가 부르도록 실컷 먹었다. 친척집들을 방문해 인사드리는 것이 추석날 우리들의 일과였다.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해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바쁘다보니 추석 당일 잠시 들렀다가 하루 만에 돌아간다. 손주·손녀가 할아버지·할머니와 대화하는 시간도 적다보니 진정한 명절의 참맛이 없다.
또한  핸드폰 때문에 거리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핸드폰을 오래하다보면 건강에도 안 좋고 정서적으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자기위주로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공부를 잘하고 영리한 것도 좋지만 인성이 올바른 사람이 먼저 돼야하는데 여러모로 아쉽다.
젊은 사람들 탓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아이는 어른을 보고 배우는데 어른이라고 다 올바른 것은 아니다. 요즘 어른 역시 핸드폰만 보며 남 말에 귀기울여 듣지 못한다. 온 가족이 행복하게 보내야하는 추석에 잔소리만 하는 것지만 젊은이들을 위한 덕담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이규영(77·상문동)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릴적 추석에는 그저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는게 소원이었다. 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호박·고추·부추전 등 각종 부침개를 광주리 가득 구워 먹고, 풋벼를 훑어 '찐쌀'을 만들어 밥을 해먹곤 했다.
젊어선 공사판 일을 했다. 지금 거제는 삼성·대우조선에 일거리가 없어 젊은이들이 집에 있는 걸 종종 본다. 일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거제에도 힘들고 어려운 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 한다. 편하고 높은 임금만 찾지말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반드시 일자리는 생길 것이다. 또 주위에 반려동물만 키우고 결혼은 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 방송에서도 독신이니 비혼이니 하면서 부추기는 게 못마땅하다. 또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다. 늙어 내 곁에 있어줄 자식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든든하다.
'나만 잘살면 되는 세상'이라지만 이웃을 돌보고 봉사하는 따뜻한 사람들도 많다.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젊은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 열심히 일하고, 부모는 자식을 잘 보살피고, 우리같은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틀렸다고 핀잔만 할 것이 아니라 살아온 지혜와 사랑을 나눠줘야 한다. 올 추석에는 둥그런 달처럼 모나지 않고 환한 희망을 다들 듬뿍 받길 기원한다.

 

윤병훈(75·아주동)

올 추석은 연휴가 길다. 주변에도 이번 추석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려는 사람이 많이 있다. 물론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조금 자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절만큼은 항상 풍요롭고 화목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옛날에는 동네 어른들이 많이 계셨다. 설·추석 같은 명절이면 하루종일 인사 다니기 바빴다. 요즘에는 차례상 차리는 법이나 지방 쓰는 법과 같은 교육들이 집안에서 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컴퓨터로 다운받아 인쇄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황당하지만 안타까운 현실이다.
추석의 의미는 조상들과 가족들을 돌아보고 성묘에도 같이 다녀오면서 집안의 역사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학교에서 잘 가르쳐 주지 않아 아쉽다. 예전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보리를 수확하고 남은 껍데기를 가지고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우리동네에서는 '꽃개치기'라고 해서 나무말뚝을 원안에 꼽아 놓고 다른 말뚝의 머리에 새로운 말뚝을 박아 넘어뜨리는 놀이를 많이 했다. 요즘에는 이런 놀이를 찾아볼 수가 없다. 여자아이들은 널뛰기와 고무줄놀이를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들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힘이 들어도 버텨야 한다. 버티다보면 좋은 날이 꼭 온다.

 

이득만(81·연초면)

예전 추석에는 전통놀이와 전통의식이 행해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일가친척들이 마을을 이뤄 살면서 친인척들의 왕래도 쉽고 잦았었다. 니것 내것 없이 함께 나눠 먹고 좋은 일·나쁜 일없이 다함께 했다.
한가위 때는 마을사람들이 모여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위해 '지신밟기'를 즐겼고, 마을 처녀들이 큰 원을 그리며 '강강술래' 놀이를 하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하지만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외지인이 마을에 들어와도 언제 들어왔는지, 누군지도 모르고 지내는 일이 허다하다. 옛날에는 외지인이 마을에 들어오면 마을이장이 함께 면사무소에 들러 전입신고를 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전입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살기편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살가운 전통문화와 지역의 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산업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석을 맞아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지금 경기가 안 좋아서 삶이 팍팍하고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 그래도 내년부터는 좋아질 것이라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묵묵히 잘 참고 열심히 해나기길 바란다. 거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사하며 즐거운 추석명절 잘 보내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반태종(75·옥포동)

우리 어린시절에는 친인척들이 다 모여 살았다.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당산도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제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 명절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가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일년에 한두 번밖에 되질 않으니까 먹고 나면 화장실을 그렇게 자주 갔다. 위생적으로 문제가 없었는데도 그랬다. 예전에는 호박전이나 부추전을 대광주리에 담아 놓고 손님이 왔다가 돌아갈 때 나눠줬다.  식용유는 아주 귀했다. 전을 부칠 때 돼지비계를 문질러서 사용했다. 맛이 없어도 먹을 것이 귀한시절이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절약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 지금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과거 우리들도 어려운 시기를 많이 겪어왔고 잘 이겨냈다. 경제는 젊은이들이 일으키지 않으면 누구도 할 수 없다. 대통령도 해주지 못하는 일이니 좌절하지 말길 바란다.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어린친구들은 부모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우리도 어릴 때 부모님이 시키는 일은 정말 하기 싫고 듣기 싫었다. 부모나이가 돼서야 잔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공부할 시기는 놓치면 돌아오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유익준(75·장승포동)

예전에는 한가위 하면 성묘가 가장 중요했다. 7월에는 벌초, 8월은 성묘를 했다. 벌초를 하면서 조상들 무덤을 돌보고 성묘를 하면서 조상의 덕을 기렸다. 요즘은 한꺼번에 하는 문화로 바껴 조금 아쉽게 생각한다.
지금 70·80대 노인들은 젊은시절 너나 할 것 없이 바쁘게 살았다. 현재 정부시책은 노인 일자리·복지에 관심을 기울여준다. 도움도 많이 된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과의 만남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본다. 젊었을 때를 돌이켜 보면 어른들에 대한 공경심은 살아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을 보면 그때의 나를 반성하게 된다. 그 시절의 어른들이 많이 기다리고 참아줬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 명절에는 경로당으로 와서 봉사를 하는 단체나 기업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눈에 띄게 줄었다. 젊은이들이 설·추석만이라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젊은이들이 방문해 안부를 물어주는 것은 노인들에게 큰 활력소가 된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 '공부'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돼 있으니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이번 추석에는 아이들에게 공부얘기만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손자나 자녀들에게 물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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