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시민기자/전 거제시 어업진흥과장
남선우 시민기자/전 거제시 어업진흥과장

어떤 일을 처리함에 있어 보편타당성에 기인하지 않고, 근거 없이 자기 혼자만의 생각으로 일이나, 업무 처리를 하는 것을 일러 촌말로 "만구 지(자기) 생각만 가지고 일 한다"고 한다.

만구 자기생각은 참 위험한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일을 이렇게 하면 이치에 맞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틀리게 하는 것인지 스스로의 검정은 뒤로 하고 깊은 연구없이 일을 처리하다 보면, 그 결과는 본질과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에다 신을 맞춰야 하는데, 신에다 발을 맞추는 격이라 할까?

요즘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가지고 의견이 분분하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5000억으로 확정됐고, 그중 복지비중이 35%로 역대 최대라 한다. 금융위기에 대응했던 2009년(10.6%) 이후 10년만에 가장 확장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양호한 세수여건 속에 일자리와 양극화, 저출산 저성장 등 당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최근 세수호조에 따른 수입증가를 감안해 재정지출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며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확장적 재정운용의 배경을 설명했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 '최근 세수호조에 따른 수입증가'라는 장관의 설명에 대해 거제의 재정은 조선업의 불황으로 세수는 줄고, 서민들이 부업으로 할 수 있었던 일자리마저도 최저임금제로 자꾸 잃어가고 있어 세금을 내려줘야 하는데, 세수호조 여건이라고 하니 경기가 좋아진다는 말인가 보다. 그렇다면 참 다행이라 했더니, "몰라도 한참 모른다. 결국 그게 그거 아이가? 불쌍한 봉급(연금)생활자, 중소규모 개인사업자 등의 생활자들한테 세금이나 의료보험료를 더…" 하고 자기의 변을 늘어놨다.

경제의 역동성, 국민 삶의 질 향상! 참 듣기 좋은 말이다. 정말 이렇게 되면 참 좋은 세상이고, 이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나는 요즘 가끔 고현 시내를 한번 씩 둘러본다. 거제의 강남이라 했던 고현농협본점 주변 상가들을 보면서 경기가 정말 어렵게 돌아가고 있구나!

그리고 고현사거리에서 계룡산온천까지 걸어올라가 보면, 상가임대 홍보가 점차 늘어난다. 언제쯤 거제 경제에는 봄이 올까?

내가 공직에 있을 때 예산편성 시기가 되면 의회 의원님들에게 어촌사회의 정책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물어보곤 했다. 이는 의회의원님들이 어촌사회의 어려움을 잘 살펴 도와주라는 뜻이 담겨 있었고, 예산을 함부로 삭감하지 않기를 바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다. 그러면 대부분의 의원들은 당신은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정책이냐고 나에게 되물어 봤다. 이럴 때 내가 자주 쓰는 말이 있었다. 이 세상에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의 노동력으로 벌어먹고 걱정없이 살아가게 해주는 것보다 좋은 사회복지정책이 어디 있겠냐고 하였다.

따라서 의원님들께서는 어업인들에게 지원되는 예산들을 삭감하는 누를 입히지 말라고, 어업인들에게 지원되는 예산이 바로 어촌의 실업을 없애고 안정적 자주기반의 확립에 따라 지역사회의 경제기반을 튼튼히 하게 돼 다른 산업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고 나름 역설하곤 했다. 

그렇다. 농촌이나 어촌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태어난 자리를 떠나서는 살아가기 어렵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령화, 이주 등으로 농어촌의 일손부족은 물론이고, 생산비용이 턱없이 높아 정부가 기초 생산비의 부담을 덜어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구조가 작금의 농어촌 현실이다.

올해 어황이 좋지 않다고 어업인들이 많은 걱정을 한다. 수산물이 풍성하게 생산되고 가격도 좋으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바다사정이 좋지 않다. 경제도 어렵다고들 하니, 돌고 돌아야 할 돈이 동맥경화다. 오죽하면 태풍이라도 크게 와서 바다를 한 번 뒤 업혀 주면 좋겠다고나 할까? 막말이 아니다.

사회정책이란? 국민의 생활복지 향상과 보장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을 총칭한다. 내년도에 편성되는 정부의 예산이 '만구 지 생각'이 되지 않도록 잘 운용해 어려운 서민들에게 골고루 도움이 되길 바란다. 또한 많은 예산이 그물을 당기느라 갈라터진 손바닥을 메워 줄 수 있기를 희망하며, 꼭 생각대로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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