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버스터미널서 사고 1명 사망…2명도 중·경상
시내버스 기사노조 "승·하차 안전문제 계속 지적됐지만 시·버스업체 나 몰라라"

고현시내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학생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5시28분께 고현버스터미널 내 시내버스 승차장에서 A(61)씨가 운전하던 시내버스가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 3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B(15)군이 사망했고, C(42)씨와 D(54)씨가 중·경상의 피해를 입었다. 사고 당시 버스가 승차장으로 들어서면서 멈추지 않고 12㎝정도 높이의 경계석을 그대로 넘어 승차장 대기석까지 직행했다.

경찰은 A씨가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승객이 대기하는 장소까지 버스가 들이닥친 점을 들어 브레이크 실수조작에 무게를 두고 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갑자기 브레이크 작동이 전혀 되지 않아 차를 멈출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A씨의 진술을 들었던 A씨의 버스업체 관계자는 "브레이크 패드를 밟는 과정에서 발의 위치를 잘못한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경찰은 버스 내·외부 CCTV를 분석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힐 예정이다. 운전자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고현시내버스터미널 안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학생이 사망하고 시민 2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지난 4일 발생했다. 버스운전기사의 운전 부주의와 터미널시설 구조개선이 지적되는 가운데 지난 5일 거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와 시 교통행정과, 거제경찰서 등이 사고현장을 찾아 버스회사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고현시내버스터미널 안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학생이 사망하고 시민 2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지난 4일 발생했다. 버스운전기사의 운전 부주의와 터미널시설 구조개선이 지적되는 가운데 지난 5일 거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와 시 교통행정과, 거제경찰서 등이 사고현장을 찾아 버스회사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승·하차장 동시 진행, 위험하다 지적 잇따랐지만

이날 사고에 대한 책임은 A씨에 무게가 쏠렸지만, 당초 문제는 고현시내버스터미널의 기형적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특히 삼화여객·세일교통 버스기사들이 버스노선 증대 등으로 인해 시내버스터미널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안전대책 수립에 대해서 매년 목소리를 높였지만, 거제시도 업체 대표들도 받아들이지 않아 대형사고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내버스터미널 승차 대기석과 버스 진입도로의 높이는 12㎝가 채 안 되는 실정이었다. 15㎝ 스마트폰 높이보다도, 성인남자 손바닥보다도 낮은 높이였다.

버스기사 E씨는 "거제시의 관문이자, 거제교통의 요충지인 고현터미널은 실상 연초터미널 이전 계획으로 인해 방치된 상태"라며 "전국 어디를 가도, 5만밖에 되지 않는 군지역 터미널을 가도 이 수준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버스기사 F씨는 "이번 사고가 운전기사의 부주의가 없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지적도 수십 차례 했는데 방치한 터미널 사업자와 거제시 모두 대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언제 이전될지도 모르는 터미널 이전사업에만 목 매달 것인가"라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승객들의 승하차가 시내버스터미널 내부에서 모두 이뤄지고, 버스가 오가는 가운데서 하차가 이뤄지는 등의 행태가 발생해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중이었다. 이번 사고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대기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까지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라 불안감은 더욱 높아졌다.

황인정(39·연초면)씨는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 대부분이 어르신이거나 학생들인데 교통약자들의 교통 환경이 이렇게까지 허술해서야 누가 믿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냐"며 "복지를 다른 데서 찾을 것도 아닌, 시민들의 가장 편한 발이 돼주는 버스 환경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형국 거제시의원이 버스의 진입을 막아주는 턱이 너무 낮다며 핸드폰으로 높이를 측정해보고 있다.
박형국 거제시의원이 버스의 진입을 막아주는 턱이 너무 낮다며 핸드폰으로 높이를 측정해보고 있다.

시, 터미널 구조개선 방안 모색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 5일 거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담당부서인 교통행정과와 함께 사고현장을 방문해 고현버스터미널의 문제점을 재차 지적했다. 특히 시내버스를 멈출 수 있는 제동장치가 전혀 없는 점을 두고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일부 버스기사들이 "여태 뭐했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업체 측과 함께 방호벽 설치 등 안전시설 보완에 들어가기로 협의했다"며 "시민들의 안전한 승하차를 위해 전문기관에 의뢰해 터미널 구조개선 방안을 찾아 안전설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윤부원·박형국 거제시의원은 "연초터미널 이전을 서두르지도 않는 거제시가, 시민안전도 방치한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터미널 이전 핑계는 그만 대고, 연초터미널 조기착공과 동시에 이전 될 때까지의 시민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상세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