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짓이 막돼먹은 사람을 보고 "저놈, 상(쌍)놈이네" 한다. 그런데 더 심하면 "저놈, 진짜 상(쌍)놈이네"라고 한다. '진짜 상(쌍)놈'을 줄이면 '진상'이다. '상놈 중의 상놈'이라는 뜻이다. 본래 술집 종업원 사이에서 돈깨나 있는 졸부들이 주사나 부리면서 종업원을 깔보는 족속을 가리키던 은어로 이미 80년대에 생겨난 말이다.

진상손님을 요즘은 '손놈'이라 한다. 무례한 손님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이런 손놈은 고객이 왕이라는 흘러간 옛노래의 프레임에 묶여 왕짓하려고 덤빈다. 계산을 할 때 점원에게 돈이나 카드를 툭 던지기 일쑤고, 이를 기분 나빠하면 불친절하다며 주인 나오라고 고함을 친다. 점원이 굽실거려주면 좋아라한다. 더구나 언제 봤다고 반말 짓거리다. 자기는 반말하면서 점원은 높임말을 써야한다. 심지어 물건까지도 높여주면 좋단다.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 문법에도 없는 헛말에 으쓱된다. 자신은 커피보다 못한 존재인줄 모르고 있다. 졸부 사장은 "사장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라고 높이지 않았다고 트집 잡고, 어떤 여자는 자기를 아줌마라고 불렀다고 시비 거는 경우도 허다하다.

손놈과 질이 다른 '블랙 컨슈머'도 있다. 블랙(Black)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말이다.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 고의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무리다. 자칭 파워블로거를 흉내내면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인터넷과 SNS에 나쁜 평판을 올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가장 많은 유형 중 하나는 제품을 구입해 사용한 뒤 하자가 있다며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한다. 혹은 식료품 등에 고의로 이물질을 넣어 보상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도 종종 있다.

손님의 억지 요구까지 들어줄 의무는 없지만, 속은 문드러져도 황당한 요구까지 들어줘야 하는 까닭은 막무가내로 고함치고 떼쓰는 사람이 이기는 '한국식 갑질' 구조 때문이다. 손놈이나 블랙컨슈머 같은 '진상손님'은 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정당한 요구도 주장하지 못하는 '호구손님'이 돼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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