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두철 거제아동병원 원장
강두철 거제아동병원 원장

시간여행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 '백투더퓨처(Back to the future)를 보면 덩치 큰 비프 일행들이 주인공 마티를 지속적으로 놀리고 괴롭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렇게 한사람 또는 여러 가해자가 소수의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불링(Bullying)'이라고 한다. 이러한 불링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매개로 해 이뤄질 때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이라고 한다.

검색 사이트에서 사이버불링을 찾아보니 '창살없는 공간 사이버불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 '10대들의 위험한 장난…신종 학교폭력 사이버불링 극성' '사이버불링에 멍드는 10대…지옥으로 초대' 등 보기만 해도 힘든 제목들이 나열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1999년4월 14세 소년이 총기를 난사해 1명이 숨지고 2006년 미국 13세 소녀의 자살사건 등 수차례의 총기사건과 자살 사건이 사이버불링으로 매개돼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 또한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사건과 더불어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문제가 되는 사이버불링이 학교폭력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첫번째로는 익명성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는 피해자의 괴로움의 강도를 알 수 없어 죄책감없이 저지르고, 피해자는 상대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다수 또는 모든 친구들을 적으로 보게 된다.

두번째는 파급성이다. 순식간에 여러 공간, 다중에게 노출돼 수많은 방관자를 만들어내어 잠재적인 가해자로 돌변시킬 수 있다. 세번째는 시간·공간의 제약이 없는 상시성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연결된다면 24시간 어느 장소에서나 진행이 되기에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감은 극대화된다.

2013년 한국 청소년 사이버불링 실태조사를 보면 초·중·고등학생의 29.2%가 사이버불링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중 중학생 39.0%, 고등학생 38.4%, 초등학생 7.0%가 사이버불링 가해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러니 하게도 사이버불링의 피해경험이 많을수록 거꾸로 가해행동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육부자료에 의하면 사이버불링으로 신고된 건수가 2012년 900건, 2013년 1082건, 2014년1283건, 2015년 1462건, 2016년 2122건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태이다.

이처럼 사이버불링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동반된 영향을 보면, 전통적인 불링과 마찬가지로 낮은 자존감·우울증·분노·대인기피·자살충동 등 장기간의 심리적 고통과 두통·불면증 등 신체적 증상이 동반된다. 또 집중력 저하·결석증가 등 학교생활과 학업 성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불링의 원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사이버공간의 특성과 더불어 개인적 요인과 사회문화적인 요인이 복합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연구에서 사이버공간의 익명성과 비대면성이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교생활의 긴장과 좌절을 많이 겪는 학생일수록 사이버불링을 더 잘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긴장요인이 분노·좌절·우울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고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사이버불링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버불링을 막는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지속적인 인터넷 및 정보통신 윤리의식에 관한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사례중심 교육을 통해 하지말아야 될 행동에 대해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처벌과 관련된 법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이버불링만을 위한 법률이 없지만 2012년 3월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법률'에서 '사이버따돌림'이라는 용어를 사이버불링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현행법상 사이버불링 가해자에 대한 구체적 처벌규정과 피해자 구제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일반적인 학교 폭력과 같이 취급될 수밖에 없다. 사이버불링을 통한 학교폭력에 관한 법안의 마련이 절실하다.

현재 학교폭력 대책위원회와 학교폭력 대책자치위원회에서 피해학생의 보호요청은 7일 이내, 가해학생의 처벌은 14일 이내에 조치를 완료하도록 하고 있으며(학교폭력법 제 16조3항·제17조 6항),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은 서면사과·접촉 및 보복금지·학교봉사·사회봉사·특별교육 이수·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퇴학 등 9가지 중 하나 이상으로만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필자가 사이버불링을 경험할 수 있는 '사이버폭력 백신' 앱을 다운받아 실행시켜 봤다. 카톡방에서빠져나오지 못하고 입에 담지 못할 비속어·공유된 사진·동영상 등에 영혼까지 부서지는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률이 90%가 넘는 현재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것인지 모두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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