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 하모니카페스티벌 성인부 이중주 장려상 수상한 조대홍 하모니스트

"현재 우리 관리사무소에서는 제가 하모니카를 부는 걸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고 싶습니다."

상문동 힐스테이트 아파트 관리사무소 시설과장인 조대홍 과장은 하모니카 연주자이기도 하다.

전기기술자인 그는 지난 3일부터 5일 서울에서 열린 '제6회 서울국제 하모니카페스티벌'에서 성인부 이중주 부문에 제자와 함께 출전해 장려상을 수상했다.

"한국사람 중에는 우리가 일등입니다. 지금도 안 믿겨요. 이 기쁨을 감출 수가 없어요. 그래서 오는 10월 국내대회에 다시 출전하려고 합니다. 검정하고 싶어서요."

'서울국제 하모니카페스티벌'은 한국에서 열리는 하모니카 경연대회 중 가장 큰 대회다. 조 과장은 대회 입상자 중 한국인으로는 가장 등위가 높다.

음악 전공자도 아닌 조 과장은 독학으로 하모니카를 배웠다. 그런 그가 제자 최윤희씨와 함께 이중주 부문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얼굴에서 뿌듯함과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제자 최윤희씨는 독주 부문에도 출전해 똑같이 장려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4년 전부터 하모니카 무료공연 및 강의 봉사를 하고 있는 조 과장은 하청주민문화센타에서 주민자치프로그램 하모니카 수업도 한단다. "하모니카 연주는 누가 대신 불어 줄 수 없다. 천 번 듣고 만 번 연습하라"고 말한다는 그는, 스승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독려하고 방법을 알려줄 뿐이라면서도 제자 최윤희씨의 열정에는 귀감을 받는다고 했다.

조 과장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막걸리 심부름 길에 육교 위 맹인 할아버지의 하모니카 연주를 듣고 처음으로 하모니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이후 할아버지 앞에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연주를 듣고는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용돈을 모으기로 시작해 11살에 하모니카를 산 그는 아버지 앞에서 처음으로 연주를 했다.

"아버지가 하모니카는 그렇게 부는 게 아니라면서 가곡 '바위고개'를 연주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듣는 순간 슬픔이 밀려와 울었습니다."

아버지는 '네 하모니카를 다른 사람에게 안 줄 자신이 있으면 배우라'고 했단다. 그때부터 자기만의 하모니카를 사랑하게 됐다는 조 과장은 "아버지의 하모니카는 늘 마을사람들이 돌려 불기 일쑤여서, 마음이 아팠다"고.

그 또한 연주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고 있을 때 누군가 다른악기를 연주하면 그쪽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 버린다든가, 기교를 부리면서 연주를 하면 '방정스럽게 부른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하모니카를 단수(장롱) 밑에 던져 넣어버리곤 했습니다." 단수 밑에 하모니카를 몇 번이나 끄집어냈다가 넣다가를 반복했다며 어떤 때는 한꺼번에 몇 개가 나오기도 했다면서 웃었다.

그렇게 좌절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는 2008년 박종성 하모니스트가 세계대회에서 1위를 하는 것을 보고는 미친 듯이 연습했다고 한다. 독학으로 일본서적을 번역하면서 공부하고, 길거리 악사들을 찾아가 배우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공부하고 배운 하모니카가 한때는 소외 받는 악기였었다고 설명하는 그는 지금은 40가지 이상의 연주법으로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협연하면서 클래식 악기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뿌듯해 했다.

그렇게 나름 치열하게 공부했던 시간만큼 제자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하는 조 과장. 하지만 하모니카 수업을 하다보면 쉽게 찾아와 배우다가 3개월 정도가 지나면 혼자 할 수 있다고 가버린다고 한다. 그러다 다시 찾아오기를 반복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은 꿈이 있다면 하모니카 앙상블 팀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 거제도에 한 명의 연주자만 더 있다면 멋진 3중주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이뤄질 그의 멋진 희망이고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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