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남 인구 대비 자살 1위 도시 거제, 대책은 없나⑤
일본, 자살자 수 8년 동안 감소...20세 미만은 계속 증가
2016년부터 본격 원인 분석
SNS 상담부터 등교 거부 등 청소년 눈높이 맞춰 대책마련

2015년 말께부터 시작된 조선산업 침체는 거제시 경제에 직격탄을 안겨줬다. 거제시민 70%가 조선업 종사자이거나 가족인 만큼 조선산업의 위기는 거제시의 위기였다. 중앙정부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자구안을 마련해 실행에 옮기라 했고, 그 실행의 칼날은 구조조정이었다. 정규직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칼날에, 하청·협력업체 직원들은 물량이 줄면서 회사가 폐업하자 줄줄이 실직자가 됐다. 그 여파는 조선 산업 관계자들의 자살로 이어졌다.
죽음 직전에 선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노력은 지자체에서부터 요구된다. 하지만 정신질환의 조기발견 및 치료와 상담기관을 통한 상담도 중요하지만 거제시는 독립적인 정신건강증진센터도 없는 실정이다. 조선업 퇴직자의 구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조선업희망센터 등 있지만 정작 정서적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은 부족한 현실이다. 자살문제는 거제시뿐 아니라 우리나라, 세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타 지자체 역시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 현재 거제시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 도시의 창원시와 울산광역시 동구에서 계획하고 있는 자살대책방안과 조선업 실직자를 위한 정서관리 방안을 찾아본다.
또 자살률 1위 불명예를 안았던 서울특별시 노원구의 자살률 대책 방안과 노인 자살예방에 나선 경기도 남양주시의 현 주소를 살펴본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자살률 감소 추이를 계속 보이는 일본 정책도 알아볼 계획이다. 이는 거제시민이 더이상 이웃을 잃는 슬픔을 갖지 않고 지역경기 침체와 맞물려 어두운 도시로 변해버린 거제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청소년 자살문제에 대책을 마련한 일본은 '청소년과 눈높이 맞추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일 하교 중인 일본 학생들.
청소년 자살문제에 대책을 마련한 일본은 '청소년과 눈높이 맞추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일 하교 중인 일본 학생들.

국내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청소년 자살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지만 지자체를 비롯한 국가 차원에서의 청소년 자살 예방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발간한 '청소년 자살예방 사업의 추진실적과 향후 과제'에서는 청소년기는 발달단계 상 매우 불안정한 시기로 사소한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자살이라는 충동적인 방식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의 자살 시도를 타인이나 사회를 향한 '도움을 청하는 외침'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2013년 기준 국내 청소년(15~19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2명에 달한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자살률 6.4명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자살예방 예산은 99억원인데, 청소년과 관련된 부서인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교육부 등 각 부처별, 부처 산하 기관별로 배정한 청소년 자살예방 사업 예산은 5%도 채 되지 않을 만큼 현저히 낮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살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는 점에서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예산 지원이 반드시 확대돼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살자 8년 동안 감소…20세 미만은 증가

정부 주도의 자살대책사업으로 효과를 거둔 일본은 청소년 자살 예방대책까지 따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길 만큼 자살정책에 대해서는 체계적이다.

지난해 일본의 자살자 수는 2만1321명으로 8년 연속 감소했지만 20세 미만은 2016년 대비 47명이 늘어난 567명이었다. 또 15~34세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것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2015 자살대책 백서'에 따르면 18세 이하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매년 반복돼 지난해까지 1만8048명의 학생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년에는 중·고생의 자살만 102명에 달하면서 전국 교육위원회가 발벗고 나서게 된 계기가 됐다.

일본은 2007년 수립한 자살종합대책대강을 학생 교육과정 지침에도 포함시켜 학교자살예방교육과 국어·도덕 등 정규 교과목 수업·체험활동을 통해 생명존중·자살예방 연계교육을 실시하는 중이다. 특별활동 시간에 임시로 강사를 불러와 자살예방 교육을 하는 국내와 달리 일본은 정규교과목 시간에 정기적으로 자살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2018년판 자살대책백서'를 펴내면서 청소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에 일환으로 지난달 27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아동·청소년 육성지원 추진본부' 회의를 열어 18세 미만 청소년이 인터넷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업자가 지켜야 할 시책 등을 담은 제4차 기본계획도 결정했다.

회의 내용에는 자살을 부추기거나 자살 방법을 소개하는 글이 SNS 상에 게재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SNS 등의 사업자에게 이용규약에서 이를 금지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도 담았다.

정부 및 지자체 뿐 아니라 일본은 민간단체에서도 청소년들의 자살 예방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아동 건전 육성 추진재단' 등은 어른들 출입을 금지하는 상담 시설을 운영하며 전국 학생들에게 이를 알리는 메시지를 전송해 전국 4600개소의 아동 복지기관 등과 협력에 나서고 있다.

또 학생들의 등하교 거리에서는 어른들이 상담 전화와 안내소 등이 인쇄된 유인물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안타까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 부등교신문사 홈페이지 자살예방 캠페인
일본 부등교신문사 홈페이지 자살예방 캠페인

SNS 통한 자살방지 상담 활성화

일본에서 페이스북에 '자살'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상담 받겠느냐'는 등의 화면이 나오고, 트위터는 자살을 조장하는 내용이 있으면 계정을 정지하고 있다.

도쿄도 자살종합대책센터에 따르면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30% 이상이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라인(Line)이나 페이스북 등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자살 방지 상담을 추진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학생이 고민 등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 전화를 확대하고, 스마트폰이나 PC에서도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대면만남이라 부담요인이 적고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SNS를 통해 상담을 함으로써 자살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SNS 상담횟수만 1만129건으로 내용에는 '정신적 문제', '가족', '학교'에 관한 내용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본 정부에서 운영하는 '생명의 전화'는 3만 건의 통화 건수가 발생된데 비해 평균 21분 상담이 이뤄졌지만 SNS 상담시간은 50% 이상이 1시간 이상이었고, 30분 이내는 17%뿐으로 기록돼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상담이 길어지면서 상담을 받는 내담자들의 수요를 다 충족치 못해 이를 위한 대책 방안도 시급한 상황이다.

일본 청소년 자살 9월1일 최다..."학교 가기 싫어? 그럼 안 가도 돼"

"9월1일이 싫다면 자살하기보다 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싫은 곳이라면 도망가서 더 살아가자."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괴로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혹시 갈 곳이 없으면 동물원으로 오세요."

새 학기를 앞둔 일본의 학교 주변이나 SNS 상에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구다. 학교가 가기 싫은 아이들에게 학교 가라고 강요하기보다, 우선은 피하고 마음을 진정시키자는 게 핵심이다.

일본은 청소년들의 '새 학기 자살'을 두고 학생들 마음 달래기에 사회 전체가 온 힘을 쏟고 있다. '새학기 자살'이라는 말은 여름 방학이 끝난 8월 마지막 주부터 9월 첫째 주 사이 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크게 증가해 생겨난 신조어다.

1972년~2013년 일본 내각부 통계에 따르면 18세 이하의 자살자 가운데 날짜별로 9월1일이 1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4월11일이 99명, 4월8일 95명, 9월2일 94명, 8월31일이 92명으로 대체로 여름방학이나 봄방학 등이 끝날 무렵 자살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학생들이 삶을 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담전화를 가동하고 캠페인을 펼치는 등 분주해졌다.

문부과학성은 '24시간 아동 SOS 다이얼' 전화 상담창구를 운영하는 한편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 SNS 등에 올라와 있는지 감시 활동을 강화했고, 시민단체들은 '차일드 라인', '딸기의 전화', '마음의 건강삼당 통일 다이얼', '아동의 인권 110번' 등의 유선 상담실에서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 프리스쿨 네트워크는 '학교가 괴롭다면 여기가 있다'는 타이틀로 학생에게 머물 곳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살대책추진실 담당자는 "청소년 같은 경우 유서를 남기지 않고 돌발적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많아 자살 이유에 대해 근본적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며 "미묘한 신호를 놓치지 않고 고민을 털어놓기 쉬운 환경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학교가 안심하고 지낼 장소가 아니라면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쉬는 것도 자신을 지키는 귀중한 권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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