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장애인복지관 휠체어럭비팀 '블루스타즈' 박수한 선수

"럭비를 하면서 가장 재밌는 것은 휠체어끼리 강하게 부딪쳤을 때의 스릴입니다. 격렬한 충돌로 인한 짜릿함에 서로 웃고 즐기는 게 마음에 듭니다."

거제시장애인복지관 휠체어럭비팀 '블루스타즈'에서 공격수를 맡고 있는 박수한(47) 선수. 올 1월에 창단한 '블루스타즈'는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거제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블루시티 2018 경남컵 전국휠체어럭비대회'에 첫 출전해 오픈부 3위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4명이 한 팀을 이루는 휠체어럭비는 경추손상 하지마비 중증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로, 과격하고 스릴이 넘치는 운동이다. 실내 농구코트에서 농구와 아이스하키·럭비의 특성을 조합해 만든 종목으로 견고하게 제작된 휠체어럭비 전용 휠체어와 배구공처럼 생긴 흰색 공을 사용한다.

이미 사격으로 전국을 제패하기도 했던 만능 스포츠맨인 박 선수는 "스포츠야말로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장애인주차관리 일을 하면서 럭비·사격·핸드사이클·휠체어마라톤대회 등에 참가한다는 그는 매일 사격연습을 하면서 체력운동이 필요해 럭비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사격은 프로 선수이지만 럭비는 아직 동아리 수준이라고.

그는 처음 거제시장애인복지관에서 럭비를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을 때 무성의하게 대답했고, 처음 경기를 배우면서도 '이게 뭔가?' 했단다.  일반적으로 경추장애를 가진 사람은 과격한 운동을 못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박 선수. 하지만 럭비를 하면할수록 매력을 알게됐고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며 오히려 럭비를 할 수 있도록 해준 복지관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최소 생리현상만이라도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소아마비환자 만큼만 건강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보다 나아 보이는 장애인과 늘 비교했죠. 그러나 럭비를 통해서 내 몸의 기능이 남아있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때의 환희를 잊지 못합니다."

그는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자신보다 심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휠체어 하나로 자신보다 럭비를 잘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봤을 땐 그저 놀라웠다고.

"나는 그들보다 장애경도가 약한데…. 럭비에 대하여는 아직 초보자이지만 '나는 날아갈 수도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박 선수의 대회 성취감은 그야말로 특별했다.

"동료들과 부딪쳐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자신을 찾아갑니다. 휠체어를 타고 넘어지는 걸 보면 위험한 것 같지만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도 함께 생기죠. 옆에서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고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감독과 사회복지사들이 있어 항상 든든합니다."

지금은 만능 스포츠맨인 박 선수도 처음부터 장애인은 아니었다. 그는 26살에 친구들과 낚시를 가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있다 보름만에 깨어난 후 경추장애 판정을 받았다. 1년간의 재활 후 고향 장목으로 돌아왔지만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년을 방에만 있었다.

"하루는 친구가 찾아와 무심히 낚시를 가자고 했어요. 친구는 언제나 아무렇지도 않게 2층이고 3층이고 나를 늘 업고 다녔습니다." 그 친구로 인해 다시 바깥출입을 할 수 있게 됐고 운동에도 도전하게 됐다는 그는 "10여 년 전에는 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갈 곳이 있어 좋다. 출근과 운동을 하면서 자연적인 재활이 일어나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이 집에만 있지 말고 거제시장애인복지관으로 오라"면서 "럭비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같이 땀 흘리고 울고 웃으면 생동감이 넘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선수의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의 운동공간이 더 컸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일주일에 2시간만 체육관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복지관 이용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함께 충분히 어울려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서로에게 더 좋은 장소가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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