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바다가 플라스틱으로 뒤덮이고 있다.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은 약 5조2000억개로 추정되며, 적도부터 남극까지 지구 곳곳의 바다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지 않는 곳이 없다. 생명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PNAS에 따르면 지구 해양표면의 88%는 이미 플라스틱 파편으로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오염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 아일랜드'다. 이 섬은 북태평양에 있는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있는 약 155만㎢ 넓이의 거대한 섬으로 1997년 찰스 무어가 요트로 태평양을 횡단하던 중 발견했다. 플라스틱 아일랜드를 조사한 '오션클린업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섬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개수는 약 1조8000개, 무게는 8만 톤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는 초대형 여객기 500대와 맞먹는 무게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 이러한 섬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해마다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2015년 사이언스지 발표에 따르면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2010년 기준 매년 800만톤에서 127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800만톤은 지난해 한국 전체 어획량인 374만3000톤의 2배가 넘는 엄청난 양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무르시아 해변에서 길이가 10m에 이르는 향유고래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고래의 배를 가르자 뱃속에서 29㎏에 이르는 그물과 밧줄·비닐봉투·로프·수술장갑을 비롯한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전문가들인 밝힌 사인은 '플라스틱 쓰레기'에 의한 복막염이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문제는 해양생물을 넘어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인간까지 위협하고 있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작게 분쇄돼 크기가 5㎜ 이하인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한다. 이 미세 플라스틱을 플랑크톤이 먹고 이 플랑크톤을 새우나 생선 등이 먹게 되면 결국 먹이사슬의 끝에 있는 인간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고래 뱃속을 가득 채우고 태평양에 거대한 섬을 만든 수많은 플라스틱은 어디서 왔을까? 독일 국책연구기관인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가 지난달 2일 '환경과학과 기술'을 통해 "세계 해양 쓰레기의 90%가 아시아지역 8개 강과 아프리카 지역 2개 강에서 배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양쯔강은 플라스틱 쓰레기 연간 배출양이 150만톤으로 전체 조사대상 57개 강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양은 양쯔강에 이어 인도의 인더스강·중국 황화강 하이허강·인도 갠지스강 순이었다.

1906년 미국의 화학자 리오 헨드릭 베이클랜드가 합성수지개발에 성공하면서 인류는 나무와 철·종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의 선물을 얻었다. 플라스틱이 그것이다. 플라스틱은 비닐봉투에서부터 단단한 자동차의 내장재, 음료수 빨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으로든 변신했다.

플라스틱 덕분에 인간은 세상을 마음대로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사람들은 플라스틱에 열광했고 그 편리함에 빠졌다. 지난 100년은 '플라스틱의 시대'였다. 하지만 신의 선물처럼 등장한 플라스틱은 점차 지구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재앙이 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건강위협과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빨대와 면봉을 만들 때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28일 바다에 유입되는 쓰레기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플라스틱을 주로 사용하는 면봉·빨대·식기 등 10가지 제품을 만들 때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대체 물질을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회원국들이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병의 90%를 수거하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시애틀에서는 7월1일부터 음식과 음료를 파는 외식업체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빨대와 식기류를 제공할 경우 벌금 250달러(약 28만원)를 부과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용기사용에 벌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은 미국에서 시애틀이 최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다른 미국 도시들도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재활용 폐기물에 대한 공공관리 강화 및 제품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단계별 개선으로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139만2000톤)줄이고 현재 34%인 재활용률을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과대포장 가이드라인을 오는 10월까지 마련하고 내년에 법적 제한 기준을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의지에 호응해 기업들도 플라스틱 저감 대책을 내놓고 있다. A 유통은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음료 용기에 들어가는 색을 모두 빼기로 했다. 플라스틱 용기에 색이 들어가 있으면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편의점 B 업체는 자체 생수 브랜드의 뚜껑을 녹색에서 무색으로 변경하고 도시락 뚜껑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기로 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부터 지구를 구하고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 하는 방법 밖에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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